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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스트레칭

7월 13일

Dawn/Sunrise

 

 

-세상엔 다양한 사람이 있다는 걸 모른 체하고 싶다.

지구인 몽땅 나와 같은 정서와 성격을 지녔으리라고 상정하면 

이 얼마나 편안한 생활일까. 그냥 그런대로 슬슬 살며

맞춤의 노력도 없이 지내면 말이다.

그러나 세상은 다양한 사람들이 있고

내가 상상하지도 못한 연유로 깊은 상처를 받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상처를 덜 주고 싶은 사람이므로, 동시에 상처를 덜 받고 싶은 사람이므로.

세상엔 다양한 사람이 있다는 걸 모른 체하면 안 되겠지.

모르면 해를 입히게 된다. 그것에 주의를 두고 싶다.

 

-앞으로 수원시 행궁동의 유명 타코집에서는

김우근이라는 사람이 타코를 조리하고 있을 것이다.

주방 알바가 나에게는 썩 맞지 않은데. 걱정이 된다.

 

-모르면 비관을 하게 되고

조금 알면 질문하게 되고

진짜 알면 기도하게 된다는 소리를 이제야 이해하였다.

특히 알면 기도하게 된다는 소리를 진정으로 이해하는 데에 시간이 좀 걸렸다.

최재천 선생님이 그토록 말하는 알면 사랑한다는 말과 유사하다고 사료된다.

내가 많이 알게 됐다는 그런 건방진 소리는 아니다.

진짜 알게 되어서 기도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주변서 목격하였기 때문이다.

여기서의 기도는 종교적인 의미를 떠난다.

그러나 기도하는 사람들은, 분노도 제대로 한다.

진정으로 기도하고, 진정으로 분노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나는 뭘 모른다. 알고 싶다. 알고 싶단 말이다.

 

-지금의 나는 술 한 잔을 했지.

지금이랄 게 자꾸만 과거로 변모해가는 탓에

지금이란 말이 애매하긴 한데도

자꾸만 과거로 변모해 가는 지금을 알코올에 취한 상태로 보내고 있다.

오해하진 말아야 한다. 그저 취기가 돌 뿐이다. 만취에 도달하지는 않았다.

멍멍한 세상을 경험 중이다. 세상의 시청각 정보가 흐리멍텅하게 입력된다.

편안하다. 술을 아예 끊을 순 없으나, 줄여보도록은 하자.

 

-맘이 불편하다.

그 사람에게 무슨 일이 있는 걸까?

내색하지 않는 게 그 사람에 대한 예의일려나?

이런 걸 물어보면 한층 더 깊어지는 관계가 형성될 텐데

그게 불편하려나? 그냥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평소에 하던 것처럼.

평탄하게 그 사람을 대하는 게 나에게 최선이려나?

아니면 물어봐주길 원하려나? 내게 조언을 바라려나?

아니면 조언 같은 건 필요 없고 그저 누구라도 말할 사람이 필요하려나?

뭐가 됐든 도움이 필요하다면 도움을 주고 싶은데. 이걸 어떻게 시행해야 하려나.

혹여 내가 미안해야 할 일이 있다면 제대로 미안하기 위해서

그 인과적 이유를 파악하고 싶은데.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자취를 해보니 알겠다.

너가 나에게 잔소리를 그토록 했던 게.

머리칼 같은 게 방바닥에 굴러다니면

맘이 그토록 불편한 거였구나.

빨래가 쌓여 있으면 해결하여야 함에 스트레스를 온전히 겪는 거구나.

에어컨 전원의 빈도수에 강박증이 이는 것이며

침대 커버에 달라붙은 음모를 돌돌이로 채집해야 하는 게 필수 요소구나.

전 여자친구와 엄마에게 미안해진다.

그 여자들에겐 오롯하게도 자신들의 생활반경이었을 텐데,

나 김우근이 투입됨으로써 그 패턴을 망쳐놓았지 않았나.

잘 몰라서 그랬다. 미안하다. 좀 더 잘 알 걸 그랬다.

 

-나의 집을 더 예쁘게 꾸미고 싶다는 욕심.

방문하는 이가 더 편안히 쉬었으면 좋겠다는 욕심.

그러나 호의도 과분하면 폭력이 될 수도 있다.

뭐든지 적당한 게 어렵다. 나는 적당하고 자연스럽고 싶다.

 

-모두 글을 쓰자.

허세도 없이 나의 지문을 온전하게 찍는다는 맘으로 글을 쓰자.

아름답지 않아도 괜찮다. 저열하고 추하고 조악하여도 괜찮다.

블로그를 열자. 뇌스트레칭을 하자. 맘이 굳게 다잡힌 날이면

기가 막힌 산문을 하나 써내겠다는 맘으로 두 시간 정도를 보내자.

우리는 공유해야 한다. 우리의 모자름을 세상에 공개하며 선포해야 한다.

무한히도 견고한 척하는 지구 세상에 빡큐를 날리며

이곳은 모자른 사람들이 사는 세상이라는 선언을 단단히 해내야 한다.

그래야 우리가 이긴다.

패배를 주입하는 세상에서 우리가 승리할 샛길의 방법론으로 나는 제안한다.

블로그를 열자. 그곳에 글을 쓰자. 그리고 모든 이가 읽을 수 있게 전체 공개를 해놓자.

우리의 모자람과 어설픔을 선포하며 결속력을 다지자. 무언가에 씌이지도 말고

최대한의 많은 인구가 벌거벗고 손을 잡았을 때에야 우리는 이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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