쯥. 너무 그러지 말기로 한다. 허풍을 비롯한 온갖 점철된 허세의 태도를 장착하고 내 눈을 맞춰도, 그것에 휘말리지만 않으면 된다. 내 역할은 그뿐이다. 삿대질을 할 필요도, 저주 섞은 비난을 쏟을 필요도, 퉤, 초록침을 뱉을 필요도, 없다.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기, 가 탁월한 선택이자 내 하나뿐인 행동이다. 너무 그러다 보면, 결국 땅으로 꺼지는 건 나일 테다. 이따금 입술과 혀, 치아를 통해, 쯥, 소리를 허탈하게 내곤, 싱거운 표정으로 그의 반대편으로 돌아서면 된다. 너무 그러지,
말기로 다짐한다. 시간에 미련을 두지 않기로 한다. 시간은 따뜻하거나 온순하지 않다. 시간은 희망적인 존재이거나, 파멸적인 존재도 아니다. 시간은 그저 지 인생만 열심히 사는 놈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의 노동자, 쯤으로 존재해 황제폐하보다 더한 그의 권력에 이끌린다. 이놈의 권력남용은 끊이질 않고, 그의 밑에선 백인도, 흑인도, 황인도 같다. 장애인도, 비장애인도 같고, 남자와 여자도 같다. 꽁꽁 묶여 그가 원하는 노동을 지속해도, 늙음이라는 처벌은 당최 멈출 생각을 않고, 젊음은 하나의 집행유예라, 언젠가 집행될 그 처벌이 두렵기야 하지만, 그래, 쯥. 저 인생 혼자 사는 등신 같은 권력자는, 신경쓰지 않기로 한다. 내가 무어라 1인 시위를 펼쳐도, 독립운동을 자처해도, 내 말은 귓둥으로도 안 듣는 저 높이의 권력자이다. 쯥, 과 함께 나만의 시간으로 들어가기로 한다. 젊음을 인정하고, 늙음을 인정하며, 어렵겠지만, 죽음도 인정하면서, 보편적 둘레에 싸여진 나의 삶 속에서, 바꿀 수 있는 것만을 바라보며 변화를 도모한다. 너무 그러지,
말기로 하면서, 이런 대책없는 사유로 글을 써냈음에도, 그리 절망의 파편에 찔릴 필요는 없다는 거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너무 그러지 말기로 하면서, 조금은 유한 마음과 아량한 생각으로 조금의 가능성이 있는 변화로 돈과 시간을 기꺼이 투자하는 것이다. 볼펜의 잉크가 바닥나도, 샤프심이 부러져도, 화이트가 더이상 찔끔 똥만 싸대도, 머리 쥐어뜯지 말고, 안 그래도 값싼 책상을 부실 듯 내려치지 말고, 쯥, 과 함께 초장에 느꼈던 애정과 열정을 떠올리며 잠깐의 시간을 가져보기로 한다.
쯥, 을 해봐도, 허전한 비관이 풀리지 않을 때가 있을 터인데, 그럴땐 유토피아를 삼키곤 한껏 잠에 들어보는 것이다. 이명만이 들리우는 그 빈공간의 무중력을 떠다니며, 오지 않은 미래를 현재라는 공간으로 꾸역꾸역 끌고와서, 헛한 그곳의 공기로 심호흡을 해보고 이따금 박동을 느끼는 것이다. 그곳이라고 쯥, 할 일이 없을까? 있다. 라는 생각에 도달하면, 너무 그러지 말기로 하면서, 눈을 한 번 떠보는 거다. 속눈썹의 간격을 벌려보면,
갑작스레 찾아온 중력의 무게에 괴롭기야 하겠지만, 딱 그 차이만 있을 뿐, 또 한 번의 쯥을 날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