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히 걷는 놈을 부축할 맘은 없다.
절룩거리는 놈을 부축하고 싶다는 거다.
오히려 자신이 멀쩡하게 걷는다는 축복에 못 이겨 이죽거리는 놈은 열 개 발가락 하나하나를 어떻게든 해주고 싶은 심산이다.
잘 사는 놈을 위해 이야기를 굴려보았던 적은 없고 또 없다.
찌그러진 사람의 한 켠 주름 약소하게나마 펴보겠다는 의지로 그간의 내 이야기는 덩치를 키웠다.
너무 착한 척을 또 하는 것 같다.
결국엔 나를 위해 이러고 있는데
내가 멀쩡히 걷고 싶고 내가 잘 살고 싶어서 이러고 있는 거 안다.
나는 절룩거리고, 또 잘 못 산다.
결국엔 내가 보고 싶은 이야기를 그간 써 왔던 거다. 이죽거리는 놈들을 열등감 연료 삼아 재수 없어 하면서.
내가 멀쩡히 걷고, 잘 살고 있다고 느끼는 때에는 어떤 이야기가 쓰고 싶어질까.
모른다. 허나 최소한 이죽거리진 않겠다.
또 어떤 나 같은 놈이 나의 이죽거림에 내 열 발가락을 박살내고 싶어 하겠지. 난 겁쟁이가 되어 겸손해지자. 불공평에 원래라는 말로 마법성을 부여하여 회피하고 살진 않겠다는 젊은 다짐을 여기에 똥 누듯 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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