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08,01
1)
공무원을 준비하는 친구의 뒤통수는 굳건하다.
2)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를 보고 왔다. 토요일 낮 시간대인지라 꽉 찬 메가박스는 오랜만이었고.
백 명 쯤 되는 남녀노소가 동시다발적으로 훌쩍훌쩍거리는 것도, 백 명 틈에 끼어 훌쩍훌쩍대는 것도 오랜만이었다.
3)
할 게 없어서 영화나 보고 싶진 않은데. 영화를 보고 싶어서 영화를 보고 싶어.
1-2)
공무원을 준비하는 친구의 말버릇은 나이, 미래, 안정, 그리고 부모.
너의 굳건한 뒤통수는 한밤의 등대를 상징하고 있다고 평하고 싶다.
4)
할 게 없어서 책이나 보고 싶지 않다. 책을 보고 싶어서 책을 보고 싶지.
5)
그러나 할 게 없어서 행한 것에서도 뜻밖에도 반짝거리기 마련이다.
6)
불로소득과 투자를 명분으로 종일 주식창을 들여다보고 있는 너지만
사실 주식이라도 안 하면 심심해 죽을 거 같아서 그러는 거잖아.
7)
세상의 고통을 생각하며 어쩔 수가 없다,라는 말을 읊조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박찬욱의 영화에 별점을 쩜오 점 늘리고 싶어진다.
8)
케이지 안의 인종불문 격투기 선수와 화려한 빔 조명, 그곳을 섹시하게 워킹하는 라운드걸과 열광하는 팬들을 보고 있자면 서글퍼진다.
2-2)
스파이더맨을 보면서는. 나의 친구들이. 또 나의 엄마가. 그리고 나의 할머니가 생각났고,
최종적으로는 내가 생각났다.
9)
홀로 보는 연애 프로그램은 맛이 없다.
같이 출연자들을 향한 일차원적 비난을 해줄 사람이
같이 외모품평을 해줄 사람이
같이 경악 섞은 비명을 해줄 사람이
같이 각 자신의 과거를 끌어와 토론해줄 사람이 필요한 것이다.
10)
저번의 영상 창작 작업이 너무도 거지 같은 경험이었기 때문에
이번 공익 친구들끼리 합심해 만든 숏츠영상 작업은 말그대로 치유의 경험이었다.
각 개인의 역량도, 촬영장비도, 모든 물리적 환경도
저번의 영상 창작이 수준 높았다고 말할 수 있지만
모든 것이 저열하고 한심하고 어설픈 공익숏츠영상 작업이 나에게는 더욱 창작스러웠다.
내가 거지 같은 영상작업 경험을 하며 결론 내놓은 건
다시는. 절대로 다시는 그딴 창작환경에 나를 놓지 않겠다는 거다.
11)
이왕 병신들이 모인 거, 병신들끼리는 안쓰럽고 서글프고 사랑스럽게 봐주자. 그러자면 뭐든 된다.
-2026,08,06
12)
여자들의 마음은 어렵지 않다.
다만 그 마음을 마주하고 대하기엔
생산 되는 건 귀찮음 뿐이라 굳이 아는 척 안 하는 건데
그건 너무 내 탓으로 몰빵 되는 것 같으니 그 지분율을 엔빵할 목적으로
여자들의 마음은 어려운 것이라는 구설로 회피해보는 것이다.
13)
8년간 쌓아올린 나의 술배가 세월에 걸맞게도 당최 후퇴할 생각을 안 한다.
그럼에도 진격하는 나의 고강도 웨이트와 단백질 식단으로
박서준 배우의 멋드러진 복부와 같은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꿈꿔본다.
14)
주택을 살고 싶다는 나의 말에
주택 매매할 돈으로 아싸리 월세를 살고 나머지는 주식 투자를 해야 하지 않겠냐는 답변을 듣고는
이 다음의 할 말이 생각나기는커녕 그 지리멸렬함에 신물이 났다.
15)
오디세이아 보고 싶은데 러닝타임이 부담 된다.
하필이면 퇴근 후 상영시간이 나의 배달부업 피크타임과 자꾸 겹쳐버린다.
일 할 시간의 자유도가 높은 배달부업을 시작할 때, 이러지 않기로 했는데.
돈 버는 데에 장악 당하여 하고 싶은 걸 놓치지 않기로 했는데. 이러고 자빠져 있다.
16)
출근 따위나 하려고 자야 하는 시간에 계산기를 뚜드려야 하는 현 상황이 너무 지겹다.
-2026,08,09
17)
개성을 형성하고자 위함이면 뭘 더 해볼 생각은 잠시 접어두고
뭘 더 빼야 할까를 생각해야만 한다. 나에게 불필요한 것들을 싸그리 제거해낸 후에야
내 취향이랄 걸 그제야 알 수 있으며 그럴 때에야 개성을 만들어나갈 토대가 다져진다.
18)
나는 영화 아무르를 초반만 보고 못 봤다.
유년시절의 대부분을 할머니와 함께 한 탓에,
이 사회가 선사한 노인들의 구체적 고통을 몸소 겪어버린 탓에,
굳이 영화로 까지 시청하고 싶지가 않기 때문이다.
19)
세계적 거장 감독이 3,500억원을 들여 오디세이아라는 고전을 빌려와 해준 말을 품고 살아가자.
-2026,08,10
20)
헬스를 꾸준히 하는 유일한 방법은
헬스를 하는 고통 보다 헬스를 하지 않았을 때 겪는 고통을 더욱 크게 만드는 것이다.
어느 분기점을 넘어서 부터는 지금의 몸 상태가 뿌듯하면서 동시에 과거의 몸 상태로 돌아가는 것이 두려워진다.
대입하여 생각해 보자.
나는 요즘 글쓰기를 열심히 안 한다. 나의 근간이라고 믿어 왔던 대본 쓰는 행위도 멈춘 지 좀 됐다.
나는 글을 쓰는 고통 보다 글을 쓰지 않는 고통이 더욱 그런대로 괜찮은 것이며
그간 쌓아왔던 미약한 대본 쓰기 능력을 죄다 과거로 돌려버려도 별 상관이 없는 거겠지.
글쓰기는 근육과도 같다.
나의 근육이 점진적 쪼그라짐을 느끼고 있다. 쇠질도 안 했고 단백질 보충도 쌩 깠다. 한다고 했지만 기반이 게으름이었다.
이러한 반성과도 같은 말을 해버린 뒤에는 어떠한 각성의 말을 내뱉을 법도 한데
지금은 그러고 싶지도 않다. AI가 가져다주는 무기력함을 깃발로 핑계대는 것도 지쳤다.
글 쓰는 게 좋았으면 AI가 전 우주를 지배하였어도 썼겠지.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 걸까.
21)
옆집 아저씨가 과도할 정도로 내 생활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부담스럽다.
요즘 것들이 왜 이웃과의 관계를 기피하는지 가늠 가능할 정도로.
22)
넌 뭐든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응원을 들을 때면 주먹을 불끈 쥐었었는데
요즈음에는 사람이 꼭 뭐든 해야 하나, 같은 생각이 들곤 한다.
같은 맥락으로, 열심히 해야지. 사람이 꼭 열심히 해야 하나?
뭐라도 해야지. 사람이 꼭 뭘 해야 하나?
여자 만나서. 결혼 하고. 자식 낳고. 애 커가는 거 보면서. 안정된 노년 생활...
꼭 그래야 하나?
23)
세상이 나를 원치 않는다는 원망은 세상이 왜 날 원해야 하는지 부터의 생각이 부재되어있다.
24)
도와달라는 말에 간절함이 섞인 절규가 있다면
내가 손을 내밀었을 때 내가 당겨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그곳으로 빨려들어갈 수도 있다.
25)
38도에 육박하는 태양이 져버릴 때면 가을이 슬슬 눈치보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2026,08,13
26)
지금 듣고 있는 음악은 자우림의 <위로>.
지붕뚫고하이킥 5분순삭 하이라이트 돌려보다가 브금으로 깔리던 걸
유튜브 음악 검색 까지 해서 찾아낸, 그런 음악이다.
누군가 울면, 누군가는 웃는다는 간결한 노랫말.
내가 울고 있을 때 살짝쿵 안심하고, 내가 웃고 있을 때 살짝쿵 겸손할 수 있는, 그런 훌륭한 가사다.
26-2)
다시금 하이킥 시리즈를 돌려보고 있다.
하이킥 촬영의 구체적인 비하인드는 내가 알 수 없지만
저걸 찍을 때, 참말이지 재밌었겠다는 생각이 들며 몹시 부러워진다.
27)
실내 야외를 불문하고 액상형전자담배를 손에서 놓지 못 하는 내가 한심하기 짝이 없어서
디스 오리진 연초담배를 앞으로는 피울 생각이다. 내 기준에선 제일 타르가 쎄고 제일 맛 없는 담배다.
담배가 일상의 장악이 되는 게 아니라 이따금 만족하는 이벤트가 되길 바란다.
담배 냄새가 좀 걱정 되긴 하는데, 당장은 내 담배 냄새를 적나라히 지적할 애인이란 사람이 없으니 다행이다.
28)
섹스를 하고나면 서로의 발라리안 전자담배로 손을 뻗어 정사로 인해 부족해진 니코틴을 말없이 함께 충전하였던 그 여자가 생각난다.
여타 할 여자들은 곧바로 담배나 찾는 게 가당키나 하냐고 쿠사리주며 징징대는데
그 여자와는 참 편했다.
29)
사람이란 천국에 가기에는 너무나 민망하고
그렇다고 지옥에 가기에는 너무나 억울한 존재라고 말했던 박민규.
낮때에 읽은 박민규의 글이 밤 돼서도 내 머리를 맴맴맴.
30)
같은 영화를 여러번 돌려보면 그 영화의 모든 등장인물이 안쓰러워진다.
대놓고 악역으로 설정 당해버린 범죄도시1의 장첸도 마찬가지다.
세상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나는 확신하겠다. 이 세상을 녹화하여
모두가 골백번 돌려볼 수 있다면 세상은 지금보다 더 나아질 것이다.
-2026,08,15
31)
방 하나가 더 생긴다면 운동 방을 기필코 만들 거야.
중저가의 렉 머신과 벤치, 덤벨과 바벨, 원판을 들여놓고는
남의 공간이 아닌 나의 공간에서 헬스 행위를 하고 싶다는 것이다.
그러자면 자꾸만 운동을 알려주려고 하는 몸짱 아저씨 탓에 내 운동 시간을 방해 받지 않을 수 있고
뭐라는지 알아 들을 수도 없는 케이팝이 아니라 나의 플레이리스트로 나의 운동 시간을 채울 수 있겠지.
그리고 그 운동 방에는 실내 환경에서도 생장에 별 영향이 없는 온갖 식물을 들여놓고는
오버헤드프레스의 세트가 끝난 휴식시간에 식물들의 건강 상태를 살피며 이따금 분무기를 쏘아대고 싶다.
그런 나의 모습을 요즘 종종 상상해낸다. 그 상상의 끄트머리에는 돈을 모아야 하겠다는 강한 자본 욕구가 돌고
토스뱅크로 티끌만 한 나의 자금을 확인한 뒤 막막함을 느끼며 내쉰 한숨을 따라가다 보면
당근마켓 부동산을 눈팅하는데, 억 억 하는 소리에 억하심정이 든다.
32)
엄마에게 생일 선물로 월세를 내달라는 농담을 하였는데,
그 농담 한 마디에 엄마가 진심으로 나의 경제상황을 걱정하고 있었다.
월세도 감당 못 할 정도의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급히 해명하여야 했다.
33)
효자손은 그냥 긁는 기능 뿐이 안 하는 지나치게 간단한 사물인데
어떠한 복을 받았길래 효자라는 타이틀을 얻을 수가 있었을까.
유력한 것은, 혼자서는 긁을 수 없는 곳을 긁어준다는 데에 있을 것이다.
32-2)
그러네. 곧 생일이 온다.
생일이란 과한 축하를 받기엔 조금 민망하고
그렇다고 그냥 지나치기엔 조금 서글프다.
태어나 산다는 것 자체가 너무 기뻐하기엔 조금 민망하고,
그렇다고 마냥 슬퍼하며 살아가기에는 조금 서글픈 것처럼.
34)
나의 미래를 그려보고자 하면
과거에는 기필코 포함하였던 와이프, 아내, 마누라 같은 사람들이 어느새 제하여진다.
미래 계획에 XX염색체가 희미해져 간다. 이거 진짜 큰일나는 거 아니야?
34-2)
그러나 이 페이지에서도 여자 얘기가 많이 언급 된다.
난 여자를 안 원하진 않는다는 거다.
여자에게 관심 없다는 둥의 허세 구라는 안 통한다.
35)
쉬었음 청년의 쉬었음은 휴식을 의미할 게 아니라
콩나물무침이 쉬어버렸음 할 때에 쉬었음이 좀 더 재치 있으며, 좀 더 어울린다.
2026,08,26
36)
아무리 사랑을 정의할 수 없다 하여도
이거 사랑 아닌가 싶은 순간은 분명 있으니
그런 짐작만 하여도 아무도 뭐라 안 그러니까
용기 있게 사랑한다고 해보자.
37)
영화 <로봇드림>의 결말부에서는 연신 너의 얼굴이 씹혀서 고생 깨나 하였다.
38)
너 진짜 개 같았는데, 정말로 개 같았는데, 너라도 없었으면 내 인생 재미 없을 뻔 봤다.
39)
형. 형은 사람이라기 보단... 그냥 하나의 유형 같애.
형은 그냥 인스타에서 툭 튀어나온 사람 같애.
형. 차 사고 피해자가 되어서 억울한 상황 알겠는데.
별로 안 다친 몸 끌고 초고가 한방 병원 입원하는 거, 그거 자랑 아니야. 후유증 같은 소리 하지 마, 안 통하니까.
단순 접촉 사고에다가, 그 아줌마도 미안하다고 벌벌 떨었잖아.
차 사고 당한 거에 뭐 왕관이라도 쓴 듯이 군림을 해. 타고다니던 건 SM5인데
왜 아우디를 렌트해서 어떻게든 더 쳐 받아보려고 잔머리 쓰는 거야.
형 그거 자랑 아니야. 나일롱 환자 요령 피우는 게 현명한 거라는 단순멍청한 소리에 좀 잡아먹히지 좀 말고.
형의 생각으로 형의 결론을 좀 내. 제발 좀.
40)
안쓰러워 보이는 것.
나보다 못나서, 열등해서, 병신 같아서 안쓰러워 보이는 것이 아닌
나처럼 못나서, 열등해서, 병신 같아서 안쓰러워 보이는, 그런 안쓰러움을 겸비했을 때에야 세상이 좀 트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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