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란, 의미 있는 불장난이다.
누군가에 의해 불은 활활 타오른다. 그 사건 현장에,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구경꾼들이 몰려든다. 그리고 그 불 속에는, 한 남자가 있다.
불 속의 남자는 불 속에서 빠져나오려 노력한다.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을 친다. 하지만 구경꾼들은 그를 도와주지 못한다. 이 이야기란 불장난은 너무 직접적이지 않은 거리를 두고 구경해야만 하는 인공적인 설정의 불장난이다. 구경꾼들은 불 속의 사람과 육체를 함께할 수 없지만, 감정을 함께한다. 그가 그 불 속에서 얼른 대피하여 얼음물에 몸을 식히길 바란다.
하지만 주인공이 빠져나오는 길은 순탄치 않다. 매연중독으로 쓰러진 엄마가 방해요소로 작용해 가족의 사랑이 방해될 수도 있다. 절친한 친구가 살아나가긴 글렀다며 주저앉는 탓에 우정이 방해될 수도 있다. 나약한 몸의 애인이 다리가 풀려 더 이상 뛰지 못하는 상황이 되어, 연인 간의 사랑이 방해될 수도 있다. 불 속의 남자는 생각한다. 이 방해요소들을 어떻게 제칠 것인가. 불 속의 남자는 선택한다. 가족, 우정, 연인... 무엇을 포기하고, 무엇을 취득할 것인가.
주인공은, 탈출했거나, 죽었다. 구경꾼들은 환희에 차거나, 안타까운 탄성을 지른다. 하지만 이 불장난은 너무 직접적이지 않은 허구의 공간에서 일어났다고, 위에도 서술했다. 구경꾼은 환희와 안타까움은 잠시 제쳐두고, 자신의 삶을 되돌아본다. 불 속의 남자는 우리가 생각지도 못한 선택으로 삶에서 가장 무엇이 중요한지를 보여주었다. 불 속의 남자가 보여준 진실로, 구경꾼은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며 다시금 제 갈 길을 간다.
정리해 보자. 이야기란,
누군가 인공적으로 펼쳐낸 구체적인 세계에 놓인 인간을 보면서, 그를 응원하고 감정을 함께하며, 결국에는 그 인공적인 세계가 보여준 삶의 진실을 내 삶에 적용하여 보는 것.
올해 1월에 쓴 나의 이야기 정의ㅋ
지금보다 더 나은 인간이었던 듯... ㅜ. ,ㅜ
귀감이 되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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