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 Fake Monologue (독백이라 착각하기 쉽다) - YouTube
-연극 안 한다고 선언했는데, 연극 지망생의 삶을 살고 있다.
-어쩌겠나. 할 때 즐거운 걸 찾으니 결국 제자리더라.
-나는 우리 엄마가 안 그런 줄 알았는데, 엄마 또한 내가 원하는 것으로 얼른 돈을 벌었으면 염원하더라.
-나는 누군가를 위해서 성공을 하고 싶지 않은데, 주변 곳곳에서 자꾸만 나에게 기댄다.
-나는 오직 나만을 위해 성공하고 싶다. 사람 챙기는 건 부차적인 문제다. 이끌린 성공은 그 힘이 약할 거다.
-내가 직접 사람을 모아 꾸린 팀이 두 개나 된다. 어색하기 짝이 없는 하루하루다.
-나에게 엔진을 달아준 안yo정 누나와 강me송 누나.
-부담이 안 된다고 하면 뻥일 테다. 무지 부담된다.
-사람이 싫다고 떼쓰는 중2병 글을 쓴 때도 있었다. 어차피, 여하튼, 여하간 사람과 함께해야 하는 사람이다, 나도. 웬만하면 사랑하는 게 좋겠다.
-옛날에 습작으로 <혼자가 된 극작가>라는 제목의 글을 쓴 적 있다.
이 극작가는 사람과 속세에 상처를 받을 대로 받아서, 결국 평생 먹을 식량과 999개의 볼펜, 90,000장의 A4용지를 들고
아무도 없는 무인도로 떠나기까지 이른다.
이 극작가는 무인도에서 자기가 쓰고 싶은 글만 썼다. 하여 행복을 느꼈다.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지 않고, 세상의 눈치를 보지 않고, 오직 스스로가 스스로에게 떳떳한 글만 쓸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극작가는 영화 시나리오 하나를 완성한다. 제목은 <얼음판의 사랑>. 헌데 기뻐하기도 잠시, 이곳은 영화촬영장비가 코빼기도 없어 자신의 글을 완성시키지 못함을 깨닫는다.
극작가는 현장성, 즉흥성을 내세운 장막극 하나를 완성한다. 제목은 <햄릿 - 클로디어스의 배신>. '클로디어스가 그럴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이 장막극의 주 플롯이었다. 그러나 극작가는 또 한 번 절망한다. 등장인물은 열 두명에 달하는데, 배우는 극작가 자신 혼자 뿐이 없어 장막극을 완성시키기에는 무리였다.
극작가는 결국 1인극을 쓰기에 이른다. 제목은 <올훼의 삶>. 1인극은 자기 자신이 연기하면 되었기에, 완성시킬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러나 또 한 번 절망한다. 자신이 1인극을 아무리 치열하게 올려도, 그것을 봐줄 관객이 없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연극은 누군가 봐줌으로써 완성된다는 걸 아주 잘 아는 극작가였다.
극작가는 이제 사람을 그리워한다. 세상을 그리워한다. 그러나 돌아갈 방법은 없다. 극작가는 평생 미완성 글쓰기를 해나가야 할 판이다.
-극작과 입학 시험용으로 아주 적절한 습작이었다지ㅋ 갑자기 저 습작이 떠올랐고, 내 태도를 재고한다.
-오늘은 극작과 동기 형이, 나에게 내년에 한예종을 준비해보는 게 어떠겠냐고 말했다. 생각을 아예 안 해본 건 아니었다.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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