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6월 13일이다.
달력의 숫자는 항상 세월의 불가항력을 체감하게 한다.
벌써?
라는 말이 혓바닥을 감돈다.
그렇게도 벌써? 벌써? 했으면서, 먼 훗날에 우린 또 다시
벌써?
할 것이다.
세월의 벌써?, 는, 어쩌면 평생을 떠나지 않을 것이다.
명을 다해 눈을 끔적이며 저승이 보이는 와중에도,
벌써? 죽어?
할 지도 모른다.
아마, 벌써? 는, 지난 세월의 조각이 너무나도 허무하게 스쳐갔다고 생각이 들 때,
벌써?
라는 말이 혓바닥을 감싸는 것 같다.
그러니까, 그 조각들이 사방으로 흩어져 한낱 잡동사니들로 취급 될 때,
벌써?
하는 게 아닐까.
얼마 전, 달력을 봤다. 숫자에 놀라 벌써? 라는 말이 튀어 나왔다.
그동안 나는 무엇을 했는가.
글을 썼고, 글을 썼고, 글을 썼다.
생각해보니 글은 기억으로만 남았던 것이 아니라, 구체화 되어 나의 노트북에 남았다.
공모전에 내기 위해 썼던 소설, 희곡, 시나리오, 모 사이트에 올렸던 에세이, 과제를 위한 콩트 작문, 독서록, 일기, 누구에게도 공개하지 못해 썩어가는 푸념 글들, 또는 복수의 글들.
모두, 나의 인생을 근간으로 삼은 글들이라, 세월을 묵묵히도 저장하고 있었다.
차분히, 꼼꼼하게 읽었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재차 달력을 보자, 벌써? 는, 나올 수가 없는 언어였다.
2021년의 사람들은, 거의 쓰지 않고 살아가는 것 같다.
우리는 어느 순간 벅찬 경험을 했을 때, 두고 두고, 평생 기억할 수 있으리라 짐작한다.
하지만,
쓰지 않은 기억은 의미없는 장면과도 같다.
기억을 믿는 것이 아니라, 노트북을 두들기는 손가락을, 볼펜을 쥐고 있는 손마디를 믿어야 한다.
뇌를 믿는 것이 아니라, 육체를 믿고 구체화 시켜야 한다.
글로 기록해야만, 의미있는 삶을 살아 왔다고, 훗날 내가 나를 자부하게 될 것이라 생각 된다.
계속 기록해 왔지만, 더 많이 기록하고 싶어 이 티스토리인지 뭐시긴지 하는 사이트에 가입했다.
이곳은 아주 적절하진 않지만, 많이 적당한 공간인 듯하다.
세월의 벌써? 를 느끼지 못할 수 있도록.
나의 티스토리 화이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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