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에서의 밤
우리는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으로 만났다. 그런 우리가 처음처럼 두 병과 세계맥주 여덟 캔을 까먹으면서도 한 시 지루함을 느끼지 않았다.
그럴 수 있었던 이유는 간단하다.
허세와 허풍이 공공연히 퍼져있는 세계에서 벗어나, 결핍을 가진 인간으로서 자신의 빈곳을 인지하고, 그로써 완전하지 않은 인간의 자세로 서로를 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 중 한 명이라도 완전한 형태였다면, 완전한 형태로 착각하는 인간이었다면, 우리의 대화는 그 고깃집에서 끊겼어야 했다.
전라북도 전주시의 한적한 게스트하우스 휴게실에서 새벽 내내 나눴던 우리의 사유들은 어느 방면으로나 칭찬받아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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