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코올 의존증을 기본 탑재한 우리 엄마.
약 2년 전 즈음, 내가 현관문을 나설 때,
엄마 자신은, 이제 정말로 기필코,
술을 끊겠노라고 아주 자신 있게 말했더랬다.
반가운 말일 리 없다.
그 숱한 잘못된 음주로
가족 구성원을 지옥의 시궁창으로 목줄 끌듯
리더쉽을 발휘한 장본인은
술을 끊겠다는 선포를 한 게
스물 몇 번 쯤은 됐을 거고
현관문을 나서던 내가 들었던 말도
스물 몇 번 쯤 들었던 다짐이었기 때문이다.
현관문 앞서, 짜증으로 인해 관자놀이에 핏줄 금이 간 나는,
말로만 하지 말고 행동으로 보여달라는 소리를 했더랬다.
생각을
해보면 말이다. 참 후회가 된다.
후회가 막 된다.
변화할 마음을 먹은 것까지도
큰 용기이고 혁명이었을 텐데
그것을 나는 부셔버렸던 게 아닐까.
몸이든 말이든 뭐 어떤 게 선행하냐가 그리 중요했던 걸까.
변화의 의지는 주변의 믿음이 큰 요소로 작용할 텐데
하물며 나또한 말로만 하는 다짐이 대체 몇 개인가.
헌데 솔직히 말하자.
후회는 안 된다. 그간 스물 몇 번째 만큼 실망을 했었으므로
나도 적잖이 시달렸었던 거고
신뢰를 져버린 인간에게 응당 할 수 있는 말이었다.
그러나 세상 사람들의 새해 다짐이라는 거.
2024년 1월 1일에는 또 얼마나의 결심과 각오가
이 지구를 메웠을까. 개중에 지켜진 다짐의 구체적인 수치를 나 모르겠으나
분명히 있을 거다. 몇 조 분의 일의 확률이라도 있을 거다.
그러니,
내가 지구 모든 인간들을 믿을 것도 아니고,
내 주변, 내가 연을 이어가고 싶은 사람들의 말은 웬만하면 믿어주려고.
내일은 엄마에게 전화를 한 번 해야겠다(제발 술을 먹고 있지 않았으면 좋겠다.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