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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스트레칭

4월 6일

코타르 증후군

 

 

-다정하고 친절하게 대해준 얼굴들을 떠올려 본다.

늘상 느끼는 거지만 다정과 친절은 많은 에너지를 요구한다.

다정과 친절은 귀찮다. 그 귀찮은 걸 굳이 해내는 사람들은

분명히 다정과 친절을 행해야 하는 적확한 이유를 알고 있을 거다. 똑똑한 거다.

 

-에겐남 릴스 뜨면 나에게 보내지 좀 마. 나는 엄연히 테(스토스테론)(에스트로)겐남이야.

나는 조화로운 인간이야!!! 중성의 미를 실현하는 인간이야!!!

 

-1년 전 쓴 장막희곡 <바냐아저씨가 어설퍼>를 쓰게 된 이유.

5년 전 즈음 아마추어 극단에서 같이 배우를 한 형님이

연기에 뜻을 확고히 하여서 연기입시를 시작하더니

용인예술과학대학교 연기전공이란 데를 입학하였다.

그 입학한 해에 그 형님이 자기들이 젊은연극제로 체홉의 벚꽃동산을 올리는데

한 번 보러 오라고 했다. 같은 용인 지역이기도 하고 공짜 공연이니 관람할 맘으로

용인예술과학대학교로 향했다.

극장 로비로 입성하는데, 그때부터 그 공연의 병신스러움이 느껴졌다.

한 30분 일찍 왔는데 티켓부스에 모여 학생들이 왁자지껄 떠들고 있다가

내가 오는 걸 보더니 외부 관객이 올 줄 몰랐다는 듯 눈이 똥그래지며

즉시 흩어져 제 할 일들을 내 눈치를 보며 해냈다. 티켓 발급 과정에서도

공연 안내의 짧은 몇 마디를 해줬는데 말을 세 번이나 절었다. 

그야말로 공연도 개판이었다. 초장에 소품으로 양초가 나오는데, 극장은 소방법 관련해서

불을 피우면 안 되는 것인지라 이해한다만, LED조명 양초를 들고 나와 불을 끌 때에는

스위치를 딸깍 눌러 껐다. 18세기의 의상들도 그 디테일이 현저히 떨어졌고

연기도 그야말로 개판이었다. 벚꽃동산의 제가 샀습니다, 제가 샀다구요 하는 명대사는

대사도 여러 번 절고 말을 너무 빨리하는 탓에 뭐라고 하는지 잘 들리지 않았다.

중요한 건, 그 개판스러움으로 무장한 연극을 보고 나왔는데

이상하게도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기분이 좋았다. 뭐 관객의 입장으로 우월감에 취해서 그런 건 아니고.

그 조악한 무대와 허술한 연기와 현저히 덜 된 듯한 무대세팅이, 이 모든 어설픔이 나에게 인간적임을 선사하였기 때문이다.

그 벚꽃동산 공연의 후일담을 들어보니, 교수의 마인드가 씹창이라 연습실에 나오지도 않았으며

하필 또 코로나 시국이라 연습과 공연을 진행하는 데에 많은 차질이 있었다고 한다.

이 모든 조악스러움과 병신스러움과 정돈되지 않아 하찮은, 이 어설픈 연극.

또 그런 어설픈 환경에서 꿈을 가진 청춘들. 그런 키워들이 떠올랐고 그렇게 나의 첫 장막희곡

<바냐아저씨가 어설퍼>가 탄생했다. 1년 전에 써놓고, 최근 들어 다시 꺼내보기 시작했는데.

스토리 구성 면에서 허술한 부분이 몇 있지만, 꽤나 재미졌다. 그래서 주변인들에게 카톡으로

대본 파일을 송부하고 있다. 

 

-20분 지난듯. 그만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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