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40) YOU WERE THE ONE (YOU WERE THE ONE) - YouTube
금일 새벽에는 폭음을 해냈다. 500ml 페트병 처음처럼 쏘주를 한 병 반이나 쳐 먹었으니 말이다. 냉동실에 쟁여놓은 도가니탕 밀키트가 탁월한 맛을 뽐내었던 탓이라고 핑계를 댈 것도 없겠지. 어제 쏘주를 마시며 극작과 동기 누나와 통화를 한 시간 가량 했다. 극작가지망생으로서 미래 설계도 따위를 그려보았지만 어찌 대화 끝 적마다 찢어발겨졌다. 누나, 나 요즘 교육 들으러 가는 사업 강사가 국립극단 공연했었던 작가인데, 빨리 그만두는 게 답이래. 그리고 국민의힘의 헛발질을 비웃으며 뒷담화 하고 도가니탕의 탁월한 맛을 자랑하였다.
오후 2시에야 기상을 해내고는. 만취한 채였는데도 술상을 모두 말끔히 정리한 새벽의 나를 쓰다듬으며 칭찬해주고 싶었다. 숙취를 동반한 기상을 했을 때 술병들이 널부러져 있으면 그만큼 한심한 게 또 없거덩. 문득 기억이 나는 게, 새벽의 만취한 나는 왓챠로 드라이브 마이 카를 시청하면서 숙면에 들었던 것이다. 작금 내가 올리려는 공연의 적확한 레퍼런스라 그랬던 것이다. 아, 공연 올려야 한다.
팀원 설득을 위한 피피티를 만들어야 하고. 사업자 등록증을 준비해야 하고. 단톡방 공지도 해야 하고. 프로덕션 일정 노션도 파야 하네. 무엇보다 대본 수정도 해야 하고. 연출 피티도 준비를 해놔야겠지. 할 일이 산더미다. 산더미인데, 약간의 숙취가 또 쇼파에 드러누워 육체의 반지름을 맞닿아 있게 하고 싶네. 그래서 뭐라도 쓰면 진행이랄 게 될 것 같아서 혼잣말 읊조리듯 키보드를 두들기고 있다. 폭음의 다음 날, 같은 제목을 붙여내면서.
작업실만 다 꾸미면 죽어라 글만 쓸 줄 알았는데. 이 작업실에 쇼파를 두었던 게 실수라면 실수다. 집 앞 쓰레기장에서 주워 온 럭키 쇼파는 내 육신에 걸맞는 쿠션감을 지니고 있다. 너무 편하다. 민규형은 사업자등록을 위한 도장을 파러왔다며, 네 것도 해주냐고 하길래 그래달라고 했다. 민규형과 공동 대표가 된다. 웃기다. 만난 지 세 달도 안 된 형인데, 죽이 잘 맞아 거의 의형제를 맺은 듯하다. 어제 정한 극단 이름도 상당히 맘에 든다. 얼빵한 매력이 있다. 극단 이름은 추후에 공개하겠다. 새벽에 학교 후배(왜 이토록 후배라는 말이 어색할까)에게 디엠도 왔었다. 다음 주로 술 약속을 잡았다. 학교 다닐 적에 상당히 친해지고 싶었던 배우였는데 잘 됐다. 그러고 보니 이번 프로덕션에 나와 공연을 늘상 함께 해 왔던(그래봤자 두 번이지만) 임나연이가 없다. 얘 지랄하는 거 보는 재미가 있었는데. 아쉽다. 무환이형은 어제 또 이태원에서 진창 놀다왔나 보다. 어떤 여자를 만났고 어떤 여자를 만났고. 근데 이제 현타 와서 안 간단다. 그래, 뭐든 좋다.
다시 알바를 해야 할 형국에 놓였다. 용인병시인클럽 촬영 프로덕션이 열릴 때 까지만 시급 높은 고기집에서 프리한 일정으로 일할 수 있다면 베스트인데. 내일부터 알바몬을 좀 뒤적거려야지. 술도 좀 그만 먹고. 술을 그만 먹을 수 있을까. 요즈음 들어 술을 먹기 위해 술을 먹는 현상이 펼쳐지는 것이다. 술을 안 먹을 순 없으니까 술을 먹는. 뭐 이런 한심한. 술을 그만 먹자. 좀, 줄이자. 술 먹을 시간에 책을 읽었다면 지금 쯤 척척박사님이 되어 알아 맞춰 봤겠지. 인센스를 피워놓으면 맘이 편하다. 양초를 켜놓으면 나름의 긴장감이 재밌다. 헌데 책방을 운영하는 뮤지션이 DM으로 인센스가 기관지에 상당히 좋지 않다는 사실을 지적하여 주었다. 게다가 난 알아주는 꼴초인데, 인센스와 전자담배의 기관지 파괴 성질이 융합해버린다면 그 만큼 공포스러운 게 없다. 환기를 자주 시키고, 인센스는... 하루에 두 개만. 담배를 안 피울 순 없으니까.
요즈음은 나에게 휴머니즘을 선사해주는 사람들이 왕왕 있다. 세상이 아름답다는, 내가 제일로 병신 같은 말로 여기던 말을 좀 믿고 싶을 정도로. 내가 세상이 아름답다는 말을 할 수는 없지만, 적확히 좆 같은 세상이지만. 또 언젠가로 복불복 맹키로 좆 같은 세상이 구체화 되어 나를 감쌀 테지만. 그래, 요즘은 살아갈만 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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