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 Ryuichi Sakamoto- 'Merry Christmas Mr Lawrence' - YouTube
-장마가 시작되었다.
-난 세상의 작은 점도 되지 못 했다.
-버락 오바마 쯤은 되어야 세상의 점이 되었다고 소리칠 수 있는 걸까.
-난 인간이 되지도 못 했다. 인간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아직까지 모르겠다.
-난 동물도 되지 못 했다. 욕망을 향해 달려들기 보단 지레 겁이 나 우선 피하고 본다.
-음악의 템포가 빠르게 변화해도 여전히 느릿 걸음이다.
-장마는 시작된 게 아니라, 이제야 끝나가고 있다.
-내가 자처한 고통에서 마땅히 느껴야 할 괴로움을 견디며, 불쑥 찾아오는 즐거움에 몸 맡기며.
-누군가는 인생이 길다고 했고, 누군가는 인생이 짧다고 했사오나, 여튼 둘 다 맞는 말이라.
-나는 나를 잘 모르지만, 이 세상에서 나를 제일 잘 아는 사람 또한 나이다.
-나라는 소재는 누구보다도 내가 더 잘 알고 있는 소재이다.
-기온은 18도, 습도는 나도 몰라.
-등산가의 완연한 꿈과 산사태의 비극.
-K를 죽인 K.
-안경 낀 남자와 귀에 에어팟이 들어간 여자의 좌충우돌 러브 스토리.
-담배를 한 갑 반씩 피웠던 2020년의 나는 고시원 벽지를 누렇게 만들었더랬지.
-나는 그곳에서 인간을 조금, 아주 조금 알아갔다.
-성장통은 생각보다 괴로웠다.
-잉태가 아싸리 편안했다.
-대체 뭘 하고자 이곳까지 왔는지 모르겠다.
-대체 내가 누군지를 모르겠다.
-이름은 김우근인 것부터가 내가 정한 게 아니다.
-나는 2022년에 스물 네살이고 싶지 않았다.
-나는 남자이고 싶지 않았다. 여자이고 싶지도 않았다. 애초에 성별선택권은 나에게 없었다.
-나는 성기에서 발사된 정자가 되고 싶지 않았다. 난자를 향해 헤엄쳐 가 머리를 박고 싶지 않았다.
-잉태되고 싶지 않았다. 의료기구 가득한 곳, 초록색 가운 의사의 손 위에서 첫 울음을 내지르고 싶지도 않았다.
-모든 걸 원하지 않았는데, 그만 세상에 떨궈져버렸다.
-태어난 김에 사는 건 기안84만이 아닌 것 같다.
-태어난 보람이란 건 어디서 찾는 건가.
-그러지 않았다면 행복도 없었겠지만 불행도 없었다. 즐거움도 없었겠지만 고통도 없었다.
-찰리채플린은 인생이란 멀리서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 명명하였다.
-근데 나는 나를 멀리서 볼 수가 없다. 무엇보다 나는 나로 1인칭의 삶을 살고 있다.
-나는 나를 항상 가까이서 주시하고 있다. 난 항상 비극인가.
-가까이에 있는 나를 잊어버리고, 세상만사 떨쳐버리고 멀찍이 두고나서야, 희극이 될 수 있나.
-나는 몰라, 찰리채플린이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체홉은 말했다.
-그럼에도 살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둘을 합치면, 인생은 멀리서보면 희극, 가까이보면 비극이지만, 그럼에도 우린 살아가야 한다.
-장마가 시작되었고, 완연한 여름이 다가오고, 그럼에도 나는 살아간다. 미시적인 삶을 살며 비극의 삶을 살아간다. 나는 나를 멀리 볼 수 없다. 나는 나와 가장 밀접해 있다. 가까이보인다.
-비극이다. 장마가 시작되었다. 기념비적인 빗소리를 공유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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