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곰곰

김우근의 대화수집2 : 장로스탄

밤. 고깃집.

 

사내 둘, 고깃집 알바 유니폼을 입고 행주로 접시를 닦고 있다.

<연극이 끝난 후> 노래가 매장 음악 소리로 들린다.

몇 안 남은 손님들의 소박한 대화소리도 겹친다.

 

: 제가 닦을게요.

: 우근씨가 잔 닦아요.

: (웃음) 같이 해요, 그냥.

: 백지장도 맞들면 낫죠.

: 저 경민씨가 무슨 말 할지 알 거 같아요, 표정보니까.

: 제 표정이 왜요. 이상해요?

: 딱 집가고 싶다는 표정.

: 존나 가고 싶죠… 엄마가 회 사놨거든요. 모듬회. 그냥 햇반 두개 돌려서 모듬회 다 쳐넣은 다음에 초장 존나 비비고 게걸스럽게 쳐먹을 거예요. 진짜. 아가리로 존나 혼내줘야지….

: 저는 이따 퇴근하면 먹을려고 옆 집에 포장예약 해놨거든요. 튀김 그냥 밥에다 때려부순 다음에 간장 참기름 존나 넣고 골목식당 덮밥집 맹키로 개쳐먹을려구요.

: 존나 맛있겠다.

: 집 가고 싶다….

: 아 저 사람 또 저러네.

: 저기요! 손님- 

: 제가 갈게요. (퇴장, 소리) 손님- 앞에서 담배 피시면 안 돼요. 저 뒤로 가면 흡연장 있어요.

 

 손님, 뒷문으로 나간다.

 

: 하여튼 말을 존나게 안 들어요. 알바가 말하면 그냥 한 번에 알아들으면 안 되나?

:

: 안 그래요, 우근씨?

: 경민씨, 메이플스토리 해봤죠.

: 예, 어릴 때. 우근씨는 아직도 해요?

: 아뇨. 그만둔 지 꽤 됐죠, 저도. 경민씨는 어렸을 때 메이플 하면서 장로스탄이 하는 말 들어본 적 있어요?

: 예? 그 할아버지 그냥 거의… 쓸데없는 NPC아닌가.

: 예. 헤네시스 지나가면 슬쩍슬쩍 보이는데, 말풍선 뜨면서 그 할아버지 뭐라뭐라 말 하잖아요.

: 네, 그쵸. 뭐랬죠?

: 저도 몰라요, 자세히 안 봐서. 그냥 마을에 있는 쓸데없는 NPC니까.

: 기구한 할아버지네.

: 저희도 그냥 장로스탄 같은 놈들이 아닐까요.

: 존나 쓸데없는 NPC?

: 그래서 손님들이 우리 말을 귓둥으로도 안 듣는 거죠.

: 아주 씨발놈들이네.

: 그냥 서빙하는 NPC. 말 걸면 게임 맹키로 엔터키 존나 누르고….

: 근데 사장님 말은 잘 듣잖아요.

: 사장님은 약간, 대장 느낌. 하는 말은 무조건 들어야 하는.

: 약간 2차 전직하려고 간 곳에 있는 대장 NPC느낌인가.

: 그러네. 약간 주먹펴고일어서 같은 새끼들. 페리온에 있는 놈.

: 약간 커닝시티에 거꾸로 매달린 그 새끼 같은 거?

: 네 맞아요. 우리는 그냥 장로스탄.

: 장로스탄

: 그냥 말 걸면 귀찮은 존재. 엔터 존나 눌러야 되고.

: (웃음) 장로스탄

: 아이 씨팔. 저 손님 또.

: 제가 갈게요. (퇴장, 소리) 아! 손님!

: 장로스탄

 

 

 

 

 

'곰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우근의 대화수집3 : 갈망  (0) 2022.07.19
함께해야 하는 날들  (0) 2022.07.19
김우근의 대화수집1 : 네  (0) 2022.07.10
성장통  (0) 2022.07.08
이유  (0) 2022.07.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