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고깃집.
사내 둘, 고깃집 알바 유니폼을 입고 행주로 접시를 닦고 있다.
<연극이 끝난 후> 노래가 매장 음악 소리로 들린다.
몇 안 남은 손님들의 소박한 대화소리도 겹친다.
: 제가 닦을게요.
: 우근씨가 잔 닦아요.
: (웃음) 같이 해요, 그냥.
: 백지장도 맞들면 낫죠.
: 저 경민씨가 무슨 말 할지 알 거 같아요, 표정보니까.
: 제 표정이 왜요. 이상해요?
: 딱 집가고 싶다는 표정.
: 존나 가고 싶죠… 엄마가 회 사놨거든요. 모듬회. 그냥 햇반 두개 돌려서 모듬회 다 쳐넣은 다음에 초장 존나 비비고 게걸스럽게 쳐먹을 거예요. 진짜. 아가리로 존나 혼내줘야지….
: 저는 이따 퇴근하면 먹을려고 옆 집에 포장예약 해놨거든요. 튀김 그냥 밥에다 때려부순 다음에 간장 참기름 존나 넣고 골목식당 덮밥집 맹키로 개쳐먹을려구요.
: 존나 맛있겠다.
: 집 가고 싶다….
: 아 저 사람 또 저러네.
: 저기요! 손님-
: 제가 갈게요. (퇴장, 소리) 손님- 앞에서 담배 피시면 안 돼요. 저 뒤로 가면 흡연장 있어요.
손님, 뒷문으로 나간다.
: 하여튼 말을 존나게 안 들어요. 알바가 말하면 그냥 한 번에 알아들으면 안 되나?
: …
: 안 그래요, 우근씨?
: 경민씨, 메이플스토리 해봤죠.
: 예, 어릴 때. 우근씨는 아직도 해요?
: 아뇨. 그만둔 지 꽤 됐죠, 저도. 경민씨는 어렸을 때 메이플 하면서 장로스탄이 하는 말 들어본 적 있어요?
: 예? 그 할아버지 그냥 거의… 쓸데없는 NPC아닌가.
: 예. 헤네시스 지나가면 슬쩍슬쩍 보이는데, 말풍선 뜨면서 그 할아버지 뭐라뭐라 말 하잖아요.
: 네, 그쵸. 뭐랬죠?
: 저도 몰라요, 자세히 안 봐서. 그냥 마을에 있는 쓸데없는 NPC니까.
: 기구한 할아버지네.
: 저희도 그냥 장로스탄 같은 놈들이 아닐까요.
: 존나 쓸데없는 NPC?
: 그래서 손님들이 우리 말을 귓둥으로도 안 듣는 거죠.
: 아주 씨발놈들이네.
: 그냥 서빙하는 NPC. 말 걸면 게임 맹키로 엔터키 존나 누르고….
: 근데 사장님 말은 잘 듣잖아요.
: 사장님은 약간, 대장 느낌. 하는 말은 무조건 들어야 하는.
: 약간 2차 전직하려고 간 곳에 있는 대장 NPC느낌인가.
: 그러네. 약간 주먹펴고일어서 같은 새끼들. 페리온에 있는 놈.
: 약간 커닝시티에 거꾸로 매달린 그 새끼 같은 거?
: 네 맞아요. 우리는 그냥 장로스탄.
: 장로스탄……
: 그냥 말 걸면 귀찮은 존재. 엔터 존나 눌러야 되고.
: (웃음) 장로스탄…
: 아이 씨팔. 저 손님 또.
: 제가 갈게요. (퇴장, 소리) 아! 손님!
: 장로스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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