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택시.
주행 중인 택시 안.
남자와 여자, 뒷좌석에서 서로의 창밖을 바라보고 있다.
남자: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어.
여자: 응?
남자: 저기 봐봐.
여자: 앗! 타이어! 신발보다 싸다!
남자: 타이어 가게는 다 저 간판이야!
여자: 으음.
남자: 저기도.
여자: 저긴 핸드폰 가겐데.
남자: 다 전국에서 지들이 제일 싸대잖아.
여자: 뭐, 그만큼 싸다는 게 아닐까.
남자: 아니지! 남들보다 싸게 팔 수 없으니까 괜히 저러는 게 아닐까?
여자: 그게 뭐야.
남자: 괜히 막 그런 거야. 지들이 절대 싼 게 아닌 걸 아니까 결핍을 감추기 위해서 저렇게 과장하는 거라고.
여자: 그렇구나.
남자: 재미없구나.
여자: 그냥 그런가 보다 하지.
남자: 약한 개들이 세게 짖는 것처럼, 지들이 아니까 괜히 저러는 거야.
여자: 응, 획기적인 발명이네.
남자: 저것도 봐, 저거. 저기도 지들이 제일 싸대. 약한 놈들이 이레즈미 문신 따는 것처럼. 간판도 그런 거 같아. 지들이 결핍이 있는 걸 아니까 괜히 감추려고 과장하는 거지. 자신없는 부분을 과장해서 달아놓는 거야! 다 눈속임하려고.
여자: 그러네. 맞는 거 같아.
남자: 그치? 내 말이 맞지?
여자: 응, 저기 봐봐.
남자: 지들이 제일 싸대?
여자: 아니, 저기.
남자: 연세사랑요양원?
여자: 저기도.
남자: 천사들의 희망. 고아원이네.
여자: 조용히 가자.
남자: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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