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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

있지만 없는 말

친밀함이 상호 깊지 않은 인간과
술자리서 쏘주에 얼큰 취해 약속이란 걸 맺은 새끼손가락,
원나잇 상대의 달팽이관에 속삭이는 사랑의 언어,
물리적, 정서적 폭력을 일삼는 부모의 입에서 내뱉어지는
'그래도 가족이니까'.

같은, 있지만 없는 말들에 너무도 오래 속았답니다.
번지르르하지만 알맹이는 텅 빈 말들에 너무도 오래 속았답니다.

존중해야지, 모두를.
예의를 차려야지, 타인에게.
소중한 거야, 삶은.
잘 될 거야, 모든 게.

속지 않겠습니다. 나의 순수함을 구겨보려고 합니다.
태어난 환경과 선정된 부모에 따라
순수함을 지닐 수 있는 삶과 순수함을 지니면 큰일나는 삶이 나눠진다는 걸 알았습니다.
나는 순수함을 좀체 버려보려고 합니다.

이건 나의 순수함을 포기하겠다는 게 아니라,
나의 순수함을 되찾기 위한 노력의 고군분투일 것입니다.

오늘 산 다육이. 무럭무럭 자라렴, 너는 말이 없어 좋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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