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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

사랑

우리끼리만 공유할 수 있는 은어가 늘어가고
우리의 세상에서 협의한 유행어는 너와 나의 웃음포인트가 되었어
서로의 쌩얼을 보고 못생겼다며 놀릴 줄도 알고
서로의 취향을 잘 아는 침대에선 능숙한 놀림이 사랑해 온 세월을 표방하듯 해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올리지 아니하여도 곧 잘 만나 술이나 밥을 먹고
치아 사이에 낀 고춧가루 한 톨을 한참 이야기해주지 않기도 하여 놀림의 대상으로 만들어
서로의 콤플렉스를 잘 알고 있기에 언급하지 않을 수도 있고
서로의 약점을 요리조리 잘 피하여 상처주지 않을 줄도 아네
말싸움은 위태해지는 지점 없이 그 유치한 싸움을 오락거리로 만들 줄도 알고
정수리 냄새가 향긋하여도 썩은 내가 난다며 구라칠 줄도 아네
너에게 연신 DM을 전송하는 남정네가 있어도 불안에 떨지 않으며 오히려 그 남정네를 조롱할 줄도 안다
기꺼이 희생을 하여 아쿠아파이브연초담배를 발라리안전자담배로 바꾸었고
개꼴초인 나마저 담배 피울 타이밍을 계산하게 만드는 사람이야
우리의 신혼집 쇼파를 상상하며 가끔 야릇한 생각을 하기도 하고
저녁은 네가 하고 아침은 내가 했음 한다는 생각도 한단다
전 세계 관광명소라 불리우는 곳에서 팔짱을 끼거나 손을 맞잡은 우리의 사진이 30년 된 앨범에 꽂혀있음 좋겠고
나이를 먹고 먹어서 3만 원의 새치염색을 하러 이철헤어커커로 가는 길에서도
나는 네 치아에 낀 고춧가루 한 톨을 이야기해주지 않을 거고
너에게 찝적대는 노인정 할배를 질투하지 않고 오히려 조롱대상 삼으며
꽃무늬 이불 아래 할배를 대상으로 한 뒷담화로
그 새벽 우리의 은어와 우리의 유행어로 50년 된 신혼집을 꾸미고 싶다
너의 정수리에선 썩은 내가 날 거야
자야 하겠다
아침밥은 내가 해야 하거덩
 

용인시 보정동 카페거리에 있는 길거리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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