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의 카페는 가히 20대 여성들이 환장할 만한 나무 목재 디자인이 잘 어우러진
인테리어로, 커피를 마시러 온 김에 인스타를 게시하는 것인지, 인스타를 게시하러 온 김에
커피를 마시러 온 것인지 헛갈릴 정도의 사람들이 붐비는 곳이었다.
나는 그곳에서 딱 세 달 알바를 하였는데 내가 매니저라고 불러야 하는 40대 초반 남성이
이 코코의 카페에서 실질적인 사장이었다. 리얼 사장이 건물을 몇 채 가지고 있으므로 하여
바지사장 격으로 40대 초반 남성의 매니저가 코코의 카페를 거의 군림하듯 하였다.
매니저는 마하트마 간디가 보아도 죽빵 두어 대 정도는 날리셨을 추태를 연신 펼쳤다.
매니저는 나와 같은 예술대학의 방송영상과를 졸업하였다며, 자신이 현대 메이저 방송사의 흐름을
꿰뚫고 있다는 궤변을 늘어놓는 동시에 누누티비로 하여금 OTT 영화를 시청하거나
나와 좀 친해졌다 싶었는지
설거지를 하고 있는 나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여자랑 몇 번이나 자봤냐며 물었고
얼버무리며 침묵을 유지하는 나에게 우리는 친해지기는 글렀다, 하며 똥내 나는 소리를 하였다.
코코의 카페에 방문하는 2,30대 여성 손님들은 본인 의사와 상관 없이
몽땅 흘끔한 눈을 가진 매니저의 스캔 대상이 되었으며 가슴과 골반을 평가당해야 하였다.
BMI 수치가 월등한 XX염색체가 카페로 들어올라치면,
매니저는 자신의 여유증 가슴의 몽우리가 흔들릴 정도로 흥분하며
븅신, 게으른 년, 저렇게 살고 싶을까
하는 소리를 지겹도록 하였다.
내가 제일로 스트레스를 심대하게 받았던 핀트는 자신이 3년제 예술대학을 졸업했다는 사실 하나 만으로
예술에 대한 진실을 죄다 파악하고 있다는 듯한 태도였다. 예술대학을 졸업하고 어정쩡하게 살다가
40대 초반에 카페 매니저를 하고 있는 것은 본인인데,
그 회의감을 나한테 자꾸만 심으려고 하였다. 돈도 안 되는, 현실을 살아라, 언제까지 그런 걸,
하는, 마치 자신의 과거에게 못해주었던 소리를 위로하듯 나에게 연발하였고
내 글 하나, 내 대본 하나 보지도 않아 놓고,
마치 당연하듯 수준이 낮을 거라 예상하며 보지도 않은 내 글을 까내리는 것은 물론이요,
나의 전공인 극작과보다 자신의 전공인 방송영상과가 인풋, 아웃풋이 뛰어나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으며 상당한 자부심으로 다른 여자 알바생에게 자랑하듯 말하였다.
지속되는 수준 낮은 소리에 어정쩡한 웃음과 어정쩡한 리액션으로 반응해 준 탓에
매니저는 나의 성격이 소심하다며, 예대 애들은 원래 안 이런다며,
예대 애들은 자신들이 잠자리를 가진 여자들의 실명은 죄다 불어줄 수 있는
그런 유쾌한 성격과 통 큰 성격을 가졌다고
수준 낮은 소리를 연행하였다.
제일로 으뜸 가게 뭐 같았던 건,
나는 매니저의 구린 입에서 나오는 수준 낮은 소리에
자꾸만 아쉬운 소리로 반응을 해야 했다는 것이다.
경제활동을 지속해야 하는 처지였기에
쌍욕을 날리거나 간디 선생님처럼 죽빵 두어 대를 날릴 수가 없었고
항시 아쉽게도 어정쩡한 웃음이나 리액션을 해줘야 했던 것이다.
나는 매니저의 변변치 못한 직업에서 오는 열등감을 받아줘야 했고
매니저의 뚱뚱한 와이프에서 오는 자격지심을 감내해야 했다.
아쉬운 상황에 놓여있었기에 아쉬운 소리를 일관하여야 했었고
다시는 그러고 싶지가 않다.
같이 일하기 싫은 사람이면 같이 일하지 않을 수 있는
수준 낮은 소리에 수준 낮은 새끼라며 대못을 박을 수 있는
방송영상과를 졸업한 것에 상당한 자부심을 느끼는 놈이
누누티비나 시청하고 있는 한심한 모습을
한심하다고 대면으로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선
나의 경제적인 능력이 뒷받침해줘야 한다.
돈이 있어야 한단 말이다.
허나 자존심이 밥 먹여주는 거 아니라 하여도
나는 가끔 절식하며 자존심을 우선으로 챙기곤
앞으로는
수준 낮은 놈에게 아쉬운 소리 대신
수준 높은 소리로 두들겨 패줄 계획을 지니고 있다.
'곰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생의 플롯 (0) | 2023.05.01 |
---|---|
저쪽 어딘가 (0) | 2023.04.30 |
사랑 (0) | 2023.04.25 |
민들레와 치와와 엉덩이 (0) | 2023.04.24 |
ZOOM수업에서 장애인 이야기를 꺼냈다가 (0) | 2023.04.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