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사는 강아지 두 마리가 베란다에 위치한 배변패드에 대소변을 누지 아니 하고
쿠팡으로 사놓은 카페트나 아무 곳 헐렁 바닥에 자신이 먹고 마신 것을 고체화 액체화 시켜
내놓아 그게 내 육안으로 목격되었을 때면, 짜증이 확 인다.
정말이지 배변패드라는 목적성이 극히 다분한 공간이
욘석들 때문에 싸구려 배우의 발연기처럼 목적성을 잃어간다.
그러나 생각을 해보면 말이다.
나는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
물티슈를 신경질적으로 뽑아 똥오줌의 질감을 고스란히 느끼며
처리를 한 뒤 종량제 봉투에 담아내고 녀석들에게 살짝쿵 씩씩거리는 게 전부이지,
변화를 도모할 생각을 안 하고 있다는 거다.
반려견 배변 훈련에 관한 영상은 유튜브에 널리고 널렸을 것이다.
그러한 내용이 쓰여져 있는 전문가의 서적도 있을 거고,
개선생 강형욱이 대빵으로 등장하는 예능프로그램만 몇 회 시청하였어도
배변훈련에 대한 지식을 습득한 뒤 같이 사는 욘석들에게 적용시켜
일상 속 사소한 짜증을 방지해낼 수 있었겠지.
근데 뭐 아무것도 하고 있지도 않으면서
불만만 품고 있다.
엄마 얘기도 해보자. 난 알콜 중독인 엄마가 쏘주를 먹고 개가 되는 게 싫었다.
그게 싫어서 어렸을 때는 MBC스펀지 예능프로그램에서 학습한 지식대로
술취한 엄마에게 계란후라이를 해 먹여 술이 제발 깨기를 소원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커가면서. 그러니까 성인이 되어서.
나는 개가 되는 엄마에게 불만만 품고는 그냥 아무것도 안 했다.
물론 소리도 질러보고, 잘 타일러도 보곤 했지만
그건 누구나 할 수 있는 거고
내가 정말 변화시키겠노라 맘을 다짐한 뒤
투철하고 명백하게 해결법을 추진해 변화를 야기한 적이 없었더란 말이다.
그래놓고는 엄마를 거의 버리다시피 하며
난 해볼 건 다 해봤다는 제스쳐를 취했던 게,
이제 와 생각해 보니 구역질이 난다. 누구의 죄가 더 큰지를 가늠해 보기도 전에,
나에게도 귀책사유가 분명히 있다는 거다.
그러니 오늘은 유튜브 검색창에 반려견 배변훈련을 서치해 본 뒤
영상 하나라도 시청해 보자. 그리고 모든 부분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하고 있나, 점검 시스템을 갖춰 놓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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