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이란 걸 언제 처음 혼자 먹기 시작했는지는 기억 안 난다.
대한민국 국민 상위 퍼센티지를 따졌을 때 꽤 술을 잘 먹는 편에 속하여서
누군가와 함께 술을 마신 뒤 부족한 알콜 양에 귀가하여 야금야금 술을 더 사 먹었던 게
원인이었나. 아니면 그토록 어렸을 적부터 엄마의 혼술 현장을 보며 커왔던 게 원인이 되었나.
여하간에.
나는 혼자 먹는 술이 좋다.
누군가와 함께 술을 먹는 게 싫다는 건 아니지만
혼자 먹는 것보단 덜 좋다.
사람을 마주하는 건 여러모로 피곤한 일이다.
우선 밖으로 나가야 한다. 밖으로 나가기 위해서
인간은 생각보다 많은 에너지를 투자해야 한다.
지저분해 보이지 않게 머리카락 커트를 해놨어야 하고
손톱을 점검해야 하고 샤워 정도는 해줘야 한다.
투데이 얼굴 상태는 몇 점 정도인지 체크하기 위하여
고개를 좌우로 돌려 거울도 봐야 하고 하물며 면도란 것도 해내야 한다.
사회가 요구하는 용모단정에서 티끌이라도 빗나가는 게 있으면
그걸 수습하기 위해 온갖 마음을 쏟아야 한다.
특히나 만나는 상대가 연인관계로의 발전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 치면
용모단정을 위한 에너지 투자가 사 쩜 이오 배로 뛰어버린다.
두껍고 짧은 하체를 가려주기 위한 바지를 선정하고
살찐 옆구리 살을 커버할 외투를 선별해야 한다.
니베아 립밤으로 입술에 혈색이 돋는 듯 치장을 해야 하고
잡티가 있을 시에는 비비크림이라도 모공에 하강시켜야 한다.
또 밖으로 나가면 다 돈이다.
뻐스비 부터가 2,000원으로 훌쩍 뛰었다. 왕복이면 4,000원 언저리인데
잔뜩 취한 내가 30분 거리를 버스타고 올 깜냥도 아니고
음주가 끝난 시각은 뻐스의 막차시간이 훌쩍 지났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서
카카오택시라는 걸 이용할 텐데 이것도 비용이 만만치 않다.
만약 술 상대가 흡연자라면 곤란해진다. 체내에 알코올이 돌면
흡연욕구가 높아지는데, 앞에 앉아 있는 자가 또 나와 버금 가는 니코틴 중독자라면
평소보다 연초 담배를 두 배는 피우게 되어 담배값도 만만치 않다.
돈을 아끼고자 안주를 선별하여도 배보다 배꼽으로 쏘주는 5,000원의 가격 형성을 하고 있고
1차로 텁텁해진 구강 내부를 프레쉬하게 하기 위해 2차 맥주집은 불가피한 거 아닌가.
또 맥주를 마시다가 취해버림을 기분 좋음으로 해석하여 코인노래방이라도 가게 된다면 그게 또 돈이다.
해서 집에 오면 마땅히 해내야 하는 씻는 과정을 가벼이 패쓰한 뒤
지저분한 말로 침대 매트리스를 더럽히며 자고 일어나면 정도 이상의 음주로 숙취에 또 시달리고.
술 취해서 나눈 얘기는 많은 것 같은데 그게 또 실상 실속은 없는지라 기억나는 건 없을 확률이 농후하다.
숙취로 인해 또 하루를 버려버리면 대체 의미 없는 음주 탓에 얼마나 많은 시간을 버리는지 체감되며
또 우울해진다.
해당 과정을 너무 많이 겪었다... 그냥
내가 듣고 싶은 음악과
내가 보고 싶은 유튜브 동영상
울고 싶으면 울고
웃고 싶으면 웃고
나의 주량껏 마신 뒤
양치도 하고 세수도 하고
그렇게 잠든 뒤 깨운하게 일어나는
혼술이 좋다.
그리고 나는 지금 오리바베큐혼술세트를 배달의 민족으로 주문하여 기다리고 있다.
내일은 술을 먹지 말아야지, 생각하면서.
그리고 나 친구 없어서 혼자 술 먹는 거 아니다...
부르고자 맘먹으면 부를 사람 많다!!!!
진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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