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 행궁동이란 곳에 갔다 왔다.
찐감자를 무한리필로 내주는 1988년부터 운영되어 온 찻집이 있다.
그곳에 방문한 자들이 수기로 적어내려간 30년 된 방명록들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전동휠체어를 드리프트하여 기가 막히게 주차하시는 회색파마머리 할머니도 있다.
자신을 잘 나타낼 수 있는 것들로 자신의 공간을 디자인하여 형성한 뮤지션도 있다.
그곳엔 성년 직전의 소녀 인턴이 밝은 에너지를 지니고 있다.
그곳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은 내 생전 듣지 못한 싸운드였는데도 내 취향에 알맞았다.
몸이 불편한 자신의 노모를 업고 다니는 60대 아저씨도 있다.
뮤지션의 머리칼에는 노끈처럼, 거친 밧줄처럼 생긴 헤어악세사리가 있다.
자신보다 연배가 훨씬 되어보이는 찻집 주인장에게 남친, 애인이 있냐고 묻는 연극연출가도 있다.
연극연출가는 내 사생활을 나와 초면인 사람에게 썰풀듯 하여 유머로 활용하는 악랄함을 지녔다.
어느 백반집에 혼자 방문한 아저씨는 자신이 착석할 자리가 없자 6명으로 구성된 단체테이블로 가
같이 좀 앉자고 말도 할 줄 안다.
백반집의 주인은 자신이 정성껏 요리한 음식들의 가격을 대폭 할인하기도 한다.
꽤 많은 지난 시간 동안
뭐 내가 세상을 다 안다는 듯이
새로운 걸 경험해보고자 하는 태도를 겸비하지 못했던 것 같다.
늙은 하루하루를 지내왔던 것이다.
경험하려면, 새로운 건 이다지도 많다.
젊은 하루다.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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