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또라이라고 말하는 사람 중 리얼 또라이는 없다.
이를테면 어떤 20살 음악하는 예술가 지망생은
예술가는 좀 미쳐 있어야죠. 같은 소리를 하며
자기 자신의 이미지 메이킹도 좀처럼 의도적으로 일반 상식과는 벗어난
행동을 하려고 인위적인 노력을 다한다.
이름만 대면 아는 거장 예술가들이 미쳐 있었다는 증언은
그 거장 예술가가 지 입으로 직접 한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이 판단한 거였다.
그 거장 예술가에겐 자기 자신이 이 세상서 제일로 정상인이었을 거다.
-중딩 시절 이후로는 짧은 스포츠 머리로 되돌아간 적이 없다.
턱이 각지고 광대가 자기 주장을 내민 나의 얼굴형이
짧은 머리를 카바 치기에는 역부족이라 생각하여
소년 같은 더벅머리나 살짝의 장발을 추구해 왔다.
헌데 이제는 어쩔 수도 없이 짧은 스포츠 머리를 해야 하네.
한동안 우울해질 것으로 예견한다.
-수원으로 이사 온 지 한 달 되었다.
이상하게도 이곳에서 오랫동안 산 것 같다.
기념으로 하여 어제는 못골시장 정육점에서
할인가격 10,000원에 판매하는 한우 꽃등심 178그람짜리를 구매하여 꾸워 먹었다.
첫 한 점은 환상이었으나 소고기란 게 식는 순간 또 그 맛이 떨어진다.
전기프라이팬을 하나 쟁여두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한 달짜리 자취방에서 숙면에 들었다. 이번 달 월세와 생활비는
적확히 세이브이며 다음 달 월세와 생활비를 위해선
조금 더 아끼는 생활을 해야 한다고 다짐한다.
알바를 더 늘리진 않겠다. 알바를 늘리는 게 심적으로나 물리적으로나 편안하겠지만 그러지 않겠다.
차라리 먹고사는 걸 아끼며 추출된 아낀 시간으로
생각이란 걸 하는 데에 더 많은 시간을 들이고 싶다.
책상에 앉아 있는 시간을 늘리고 싶다.
-책이 없다.
다 팔아버렸다. 사실 팔아버린 건 아닌데
팔아버렸다고 생각해야 맘이 편해진다.
책을 죄다 잃어버렸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책을 모조리 뺏겼다.
구체적 사연을 늘어놓고 싶다만 남의 프라이버시랄 것도 존중을.
존중을?
존중은 높이어 귀하게 대하는 맘인데, 그럴 생각은 없고.
남의 프라이버시랄 것도 염두에 놓아야 한다.
책이야 다시 사면되지만. 뭐랄까.
공들여 읽을 것 같진 않은데 왜인지 있으면 좋은 책들이 아까워 죽겠다.
다시 사긴 애매하고, 없어도 애매하다. 총균쇠, 전쟁과 역사, 문명과 전쟁, 우파니샤드 같은 책들이 생각난다.
되려 내게 정말 중요한 책들은 안 아깝다. 다시 사는 데에 돈이 그리 아깝지 않기 때문이다.
시나리오 어떻게 쓸 것인가2, 최진석의 대한민국 읽기, 뭐 세계고전명작 시리즈의 이방인, 싯다르타,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같은 것들은 여하간 다시 사면된다. 다시 쌓아가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