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youtube.com/watch?v=9GhkhL1FtI0&list=RD9GhkhL1FtI0&start_radio=1
-무환이형. 형과 나는 서로 예체능을 하겠다고 깝치다가. 형은 뮤지컬 배우를, 나는 작가를 꿈꾸다가. 결국에는 함께 배민, 쿠팡 라이더가 되어 배달이나 하고 있는 상황이 되었네. 이 흑흑흑 비극적인 상황을 깔깔깔 희극으로 전복시키기 위하여 우리는 서로를 딸배라고 놀리며 치열하게 히히덕 대고 있어.
-어렸을 때에 리그오브레전드를 플레이 하고 있으면 주방에서 요리를 하던 엄마가 소고기미역국의 간 좀 봐달라며 미역국이 찰랑거리는 숟가락을 조심스레 들고왔던 것이 기억난다. 나는 그게 좀 짜증이 난 것이었지. 리그오브레전드 플레이에 내 정신을 몰빵해도 승리 쟁취의 여부가 간당간당한 것인데, 자꾸만 간 좀 봐달라는 엄마. 이제 와 생각을 해보니 엄마는 미역국의 염도가 싱거운지, 짠지 정말로 헛갈려서 아들에게로 쪼르르 달려간 것이 아닐 거 같다. 골백번 미역국을 끓여봤을 엄마가 그 기초적인 간도 못 맞출리가 없다. 엄마 스스로가 요리 도중 맛을 보기에도, 그 미역국의 맛이, 정말로, 정말로 탁월했을 것이다. 엄마 본인이 손수 끓인 미역국의 맛이 한일전 승리 보다 더 감격스러웠을 것이다. 2002 월드컵의 16강 진출보다 더 자랑스러웠을 것이고 엄마가 지지하는 이재명 후보가 당선되었을 때 보다 더 기뻤을 것이다. 그 탁월하고 독보적인 미역국의 맛을 자신이 가장 아끼는 사람과 공유하고 싶은 맘이 아니었을까, 하는 상투적인 모성애 신파극 다운 생각을 해보았다.
-울 엄마의 친구들은 자신의 아들이 보내준 해외여행이나 아들이 준 용돈에 대해서 자랑하고.
나의 친구들은 이번 달 엄빠카드로 200만 원이나 써서 아주 혼꾸녕 났다는 에피소드를 풀어준다.
주파수가 맞지 않는 거 같다.
-요즘엔 엄마가 자꾸만 나에게 미안하단 소리를 한다.
배달 알바를 시작하고 나서 더 그런다.
스물 여덟 살이나 돼서 그런 소리 듣는 입장이 된 나에게 화가 난다.
-오늘은 좀 쉬려고 했는데.
쿠팡이츠 배달파트너 어플이 배달 열 세 건을 세 시간 안에 마치면 사만 오천 원을 뽀너스로 준다는 알림을 보내온 탓에
부리나케 바지를 두 개 껴입고 패딩을 두 겹으로, 넥워머와 형광조끼 까지 착용을 마친 채. 부리나케 뛰어나갔다.
두 시간 반 일을 하고 칠만 원을 벌 수 있었던 건 기쁘지만. 내 일상을 쿠팡이란 기업에게 장악 당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지금의 내 경제적 상황으로는 이런 파국이 어쩔 수 없다지만, 차차 내 일상을 내가 조율하는, 그런 내가 되어야 하겠다.
-키우고 있는 녹보수의 잎이 자꾸만 검게 변하고 이파리 몇 개가 떨어지기 시작한다. 제미나이는 겨울철 휴식 중이라는 진단을 내렸지만 힘 없는 녹보수를 볼 적마다 마음이 아프다. 무엇보다 살아가는 것과 함께 지내고 싶은데, 녹보수는 죽어가고 있는 듯한 인상을 풍겨 내 정서에도 좋지 않다. 얼른 싱그러운 계절이 오기를 기다린다. 녹보수에게 영양제를 좀 선사해야겠다.
-나는 여자를 만나고 싶다는 욕망 이전에 사람을 만나고 싶다는 욕망이 자리해 있는 사람이다.
나를 남자로 대하기 이전에 사람으로 대해주는 그런 사람의 사람을.
-섹스를 위한 역할극을 그만두고 싶다.
-어지간히 죽기 싫은 건지 배달가방에 야광스티커를 덕지덕지 붙여놓고 형광조끼 까지 사 입는다.
여하간 내일 살아 있는 사람이 되고 싶은가 보다.
-어쩌면 내 사회복무요원의 근무 내용은 주정차현장단속이 아니라 심심한 공무원 아저씨의 말벗이 되어주는 게 아닌지.
-브로콜리너마저의 편지라는 노래를 들으면 너 밥은 잘 먹고 다니냐는 노랫말이 참으로 경쾌하고 발랄하고 한데, 참으로 아련하다.
-나는 대체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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