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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

자고 싶어라


자정을 넘어 벌써 월요일이란 놈이 찾아왔구나. 기어코 찾아왔구나.

내 주말은 이번에도 여타 할 휴식이랄 게 없었어. 그래서 월요일 네가 덜 고통스럽구나.
지금은 새벽 두시. 열어둔 베란다 창으로 기온은 쌀쌀하고 소라색 이불은 부들거린다.
베개에선 섬유유연제 냄새가 폴폴 올라와 아늑하고 밍키는 저 안방에서 코를 골며 자고 있어 수면에 방해 요소랄 게 없다.
그런데 왜 나는 잠을 자지 못 하는 걸까.
고된 육체노동으로 몸은 누적된 피로에 견딜 수 없이 떨고 있는데,
내 정신은 뭐가 그리 걱정이고 강박적일까, 뭐가 그리 할 말이 많아 자꾸만 맘속 노트에 문장을 생성할까.
눈을 감고있는 것만으로도 수면의 효과가 발휘된다는 오은영 선생님의 말씀을 되뇌이며,
눈을 감은 지 벌써 두 시간이나 됐다.
잠을 잘 수 있는 시간을 계산해, 이제는 얼추 네 시간이 남았구나.
이곳에, 뭐라도, 아무거나라도 쓰면 마음이 좀 편해질까 싶어 잠깐 노트북을 켜보았다.
이곳은 이래서 좋다. 정말, 아무거나 씨부려도, 뭐라 할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
잠 못 듬의 이유가 무의식 깊이 자리 잡은 써야함의 강박일 수도 있으니,
그래, 뭐라도 씨부리려는 심산으로 이곳에 접속했다.

그런데 좀 귀찮아졌다. 그만 쓰련다.
귀찮아져 그만 써도, 이곳은 뭐라 할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
생각해보니 이 글은 깊은 사유도, 여타 할 주제랄 것도 없구나.
그래도 괜찮다. 뭐라 할 사람이 단 한 명도 존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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