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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

일방적인 인연의 이음

내가 상처 준 이들, 나에게 상처 준 이들,

얼굴 조차 까먹을 적잖은 세월이 흘렀지만,

어째 얼굴 조차 까먹지 않고 있는 건,

 

21세기 연락처라 불리우는 인스타그램이란 게, 21세기 현재에는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덕에 사소한 궁금증, 정말로 작디작은 궁금증이라도 생길라치면,

서슴없이 21세기 연락처를 이용하여,

내가 상처 준 이들, 나에게 상처 준 이들의 근황을 아주,

잘,

살펴볼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상처 준 이들, 나에게 상처 준 이들 또한,

새벽 두 시 언저리 쯤에 나의 이름 석 자를 검색하고 있을런지는,

잘 모르지만

확률은 89%쯤 된다. 인간이 거기서 거기지, 이 블로그에도 주구장창 들어오는 너의 이름 또한 나는 알고 있으니 말이다.

 

우리는, 사실 서로 이 짓을 하고 있다고, 솔직하게 고백하자.

서로 이 짓을 하고 있으니, 일방적인 인연의 이음이 아니라,

좋든 싫든, 이름 석자를 검색하는 행위로 얼굴과 이름을 적잖은 세월이 흘렀음에도 잊고 있지 않고,

우리는 아직도 서로 함께, 좋든 싫든, 인연은 맺고 있다.

 

나의 얼굴과 이름만을 기억하는 게 죽도록 지겹다 싶을 때 쯤은,

괜찮으니, 나에게 연락 한 번은 해도 된다.

그게 육두문자를 담은 쌍욕이라도, 나도 반격을 준비하고 있을 테니,

그렇게라도, 더욱이 현존하며 구체적인 인연의 이음을 묶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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