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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

이유

시대정신에 입각해 이 사회를 한 번 바꿔보겠다며 비장한 표정으로 팔을 걷어보는 것.

타인의 삶을 공들여 보아 측은한 마음으로 타인의 삶을 바꿔보겠다 다짐하는 것.

이것이 세상을 바꿀 수 있겠다는 진실을 무던히 맹신한 채 열 띄게 사유하는 것.

 

보다는,

 

외로운 유년시절을 달래주던 바보상자 속 세상을 동경하여 지금까지 유지된 것.

사랑결핍자로서 그 할당량을 이제야 채우기 위해 세상의 관심을 갈망하는 것.

행복이란 걸 일상에선 도저히 찾아볼 수 없어 자꾸만 이 세상에 없는 것, 없는 일들을 찾아 헤매는 것.

불안한 정서가 그제야 채워지기에, 우울의 늪에서 벗어나려 발버둥 쳐보는 것.

일상에서의 결핍된 온갖 것들을 이상의 상상으로 메워보는 것.

 

내가 예술을 하는 이유. 아니, 얼른 말을 취소한다. 난 예술을 한 적 없다. 단 1초도 해본 적이 없다. 난 예술가가 아니라 예술가 지망지망지망생이다.

내가 예술을 하려 하는, 이란 서술이 지금 처지에는 더욱이 알맞다.

내가 예술을 하려 하는 이유이다. 다른 게 없다.

 

이쯤에서 현시점의 정의를 내려놓고 간다.

 

예술이란,

세상으로부터 떼어낸 한 삶의 조각을 탁월한 전략과 독보적인 기술로 선보이는 것.

 

단 1초도 예술하지 않았으면서 주접떨지 말자. 주접떨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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