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곰곰

어느 몰상식한 놈의 독백

검사님, 검사님 잠시만요. 이게 뭡니까? 이게 뭐냐구요. 나 어이가 없어서 왔습니다. 이거 당신이 쓴, 이거 검사님이 쓴 거 맞아요? 여기 싸인도 검사님이 하셨구요? 그럼 도장도 검사님께서 직접 찍으신 거네요?
진짜 왜 이러십니까. 사람 놀리듯이 말이에요. 내가 집행유예 받은 게 그리 아니꼬우십니까? 당신이 그렇게도 존경하는 재판장님이라고 불렀던 법정의 천지창조님께서 내리신 판결에 반기를 들면 당신한테 뭐라도 떨어지는 거예요?
반성한다잖아요. 자그마치 육십팔장이나 깜지쓰듯 써서 냈잖아요. 검사님도 읽으신 거, 확실히 읽으신 거 맞아요? 나 잘못했다잖아요. 돈 때문에 말이에요, 실수 좀 했다잖아요. 공탁금도 다 내놨잖아요. 대체 뭐가 지나치게 가벼운 형이라는 겁니까? 대체 뭐가 그리 아니꼬와서 항소장이란 걸 쳐 보내시냐구요.
법 같은 소리하고 있네. 법도 다 위에서 만든 거 아니에요? 윗사람들 기준에 왜 나 같은 아랫사람들도 그 기준에 맞춰야 합니까?
돈이 있고 없음에 사람 종족이 달라지는데, 기준을 달리 잡아야 하는 거 아닙니까?
한 번은 용서 받을 수 있잖아요. 검사님 같은 윗사람들이 던져주는 세금 먹고 이제 얌전히, 선 안 넘고 산다구요, 정말로.
아니, 검사님. 봉준호, 봉준호가 나한테, 아니 우리한테 뭐라고 하는 줄 아십니까? 야 이 개돼지들아,
먹이는 던져 줄 테니까 선 넘지 말고 그 아랫바닥에서 고이 썩고 있으라잖아요?
나 그렇게 산다구요. 나 말 잘 듣잖아요. 법정도 꼬박꼬박 출석했잖아요.
검사님은 왜 그 서류 속에 있는 인간들에게만 관심 있고, 서류 바깥의 인간들에겐 무신경하신가요?
됐습니다, 됐어요.
그냥 법규나 먹으시고 니미 뽕준홉니다.




'곰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드랍  (0) 2022.10.07
아이엠그라운드 자기소개 하기  (0) 2022.10.02
김우근의 지난 글 보기  (0) 2022.09.26
뇌스트레칭  (0) 2022.09.24
이야기  (0) 2022.0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