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과 오빠라는 말이 어색하다.
내가 뭐라고 형인가
내가 또 뭐라고 오빠인가
형1 (兄) 중요
[명사]
1. 같은 부모에게서 태어난 사이이거나 일가친척 가운데 항렬이 같은 남자들 사이에서 손윗사람을 이르거나 부르...
[의존명사] 3. 나이가 비슷한 동료나 아랫사람의 성 뒤에 붙여 상대방을 조금 높여 이르거나 부르는 말. 주로 남자...
오빠 중요
[명사]
1. 같은 부모에게서 태어난 사이이거나 일가친척 가운데 항렬이 같은 손위 남자 형제를 여동생이 이르거나 부르...
2. 남남끼리에서 나이 어린 여자가 손위 남자를 정답게 이르거나 부르는 말.
대한민국의 전통 문화,
또는 유교사상에 반할 생각은 없다만
여하간 형과 오빠라는 호칭은
'높이어 이르는 말'인 것이다. 반대로 말하자면
나보다 그 어떤 요소의 형태로든 낮은 이가
나를 형과 오빠라고 칭해주는 것이다.
저 사람이 나보다 낮다고?
이건 뭔 소린가.
저 사람보다 내가 더 높다고?
이건 또 뭔 소린가.
나이라는 건 어떤 성과로 얻어지는 것이 아닌데
그 무성과로 하여금 높이어 부르는 말을 당연시 여기고 있었다.
내가 시간을 통과하는 것이 아니고
시간이 나를 통과하는 것이라고, 어디선가 읽은 적이 있다.
아무런 행동과 변화를 하지 않는데도 세월은 나를 통과해버렸고
그로 인해 나이라는 걸 성과 없이 취득해버렸는데
나보다 세월의 통과를 덜 맞았다는 이유로 국어사전에 등재된 기준 하여금
나는 나를 높이고 있었다. 나는 타인을 낮게 여기고 있었다.
동생 왕강민(실명을 써서 미안) 씨는 왜 나를 형이라고 부르는가
동생 추교담(역시 미안)은 왜 나를 형이라고 부르는가
그리고 나는 왜 이들을 '동생'이라 칭하는가
동생1 중요
[명사]
1. 같은 부모에게서 태어난 사이거나 일가친척 가운데 항렬이 같은 사이에서 손윗사람이 손아랫사람을 이르거나 ...
2. 항렬이 같은 사이에서, 손윗사람이 혼인한 손아랫사람을 이름 대신 부르는 말.
'아랫사람'
왕강민 씨와 추교담은 진정 나의 아래에 자리 잡고 있나?
그건 결단코 아니다. 내가 이들보다 뛰어난 것이 있는 것처럼,
이들도 나보다 뛰어난 것이 있을 것이다.
이를 테면, 나는 왕강민 씨보다 연극 무대에 관한 이해도가 높지 않고
추교담 보다 연기자로서의 감각 열기에 관한 기술적 이해도가 높지 않을 것이다.
허나 나는 이들보다 대본 쓰기에 관한 능력이 높지ㅋ
노력의 성취로 얻은, 능력 같은 것들은 비등비등한데,
비노력으로 얻은 나이 같은 것들로 호칭이 달라지고 있다.
이건 이상하다.
나는 이상한 건 바로잡아야 하는 성격이다.
그러나 이 세상은
사회통념, 같은 말이 있고
보편적, 이란 말이 있다.
사회통념상 보편적인 관점으로, 이 세상에서
높이어 부르는 호칭 따윈 개박살 내기 (당연히)힘들 것이고,
왕강민 씨와 추교담에게 더이상 형이라는 호칭을 거두라고 하여도
상당히 어색해 할 것이다.
나 김우근은 2023년을 기준으로 25살이 되었다.
당연하게도 2020년에는 22살이었다. 그때 내 주변엔
25살 쯤 되는 형누나가 무지하게도 많았다. 나에게 술을 자주 사주었었던, 고마웠던 형누나들인데
형누나라는 호칭으로 갑이라도 된듯, 21세기의 현인인 척 꼴값을 떨었었다. 22살이었었던 나는
그 형누나들이 어찌 그리도 멋있어 보였는지 모른다. 나도 25살 쯤 되면, 저런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과 태도를 얻을 수 있으리라 상정했었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이지.
나는 시간과 공간과 그 시공간에 놓인 인간들 모두, 죄다
모르겠다. 2020년의 25살 쯤 되는 형누나들은 이런 걸 알고 있었던 것일까. 시공간과 그 시공간에 놓인 인간들에 대해서,
죄다 알고 있었기에, 그런 21세기 현자의 태도를 취할 수 있었던 것인가.
당연히 아니다.
그 현자의 태도는 '허세'로 정립하여도 전혀 문제가 없을 것이다. 또는 바보들이라고 불러도,
그들은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자신의 가장 젊은 시절이자 늙은 시절에서
'늙은'에만 치중되어 나에게 늙은 말들만 뱉었을 확률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친구2 (親舊) 중요
[명사]
1. 가깝게 오래 사귄 사람.
나는 형과 오빠를 집어치우고
또는 동생을 집어치우고
나와 맘맞는 사람들과는 '나이'같은 비효율적인 것은 집어치우고
친구가 되고 싶은 것이다. 이 바보 같은 사상을 없애야만
훗날 내게 도움될 진정한 교류자가 생길 거라고, 나 생각한다.
내가 뭐라고 너보다 높은가.
또 네가 뭐라고 나보다 낮은가.
왕강민 씨와 추교담의 관계서, 형과 동생으로 남기보다는
친구가 되기 위해서, 내게 남은 코드화, 형식화 된
바보 같은 것들을 훌훌 털어버려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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