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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

오늘은 쉬는 날.

오늘은 쉬는 날

누워 있기가 면죄부에 해당하여 쏘주를 무참히 퍼먹었던 어제를 생각한다

기름진 소곱창과 함께 나를 찢어발기는 고민들을 털어놓았다

숙취가 동반했던 아침이 후련했던 이유는

비극의 내용을 블랙코미디라는 장르로 털어버리곤

웃어버렸기 때문이다. 웃음이란 건 대체 얼마나 위대한 걸까

고통 분담이 지레 민폐를 끼칠까

털어놓지 못하였던 나의 썩어문드러진 심연의 심연의 심연의 이야기

비장하게 팔 걷고 맞설 자신이 없어

쭈구린 작태로 나는 나를 학대하였었구나

나의 가장 가까운 사람이

커터칼과 손목을 조합하였던 시점에서

하루도 맘 편한 날이 없었다

나는 치와와가 아닌데 자꾸만 불안의 진동을 내야 했고

자다가도 벌떡 벌떡 뜨인 눈에 영겁의 새벽으로 다이빙을 해야 했다

오늘부터 당장 괜찮아지진 않겠지

글의 결말이 뭐 어쩌자는 식으로 갈 듯한데

희망이란 구라로 구찌샤넬발렌시아가 쇼핑백을 담을 순 없겠다

 

여하간 오늘은 쉬는 날

누워 있다가, 대본을 한 번 써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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