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동물농장에 초상권도 없이 출연하는
다리 저는 강아지나, 주둥이가 괴사 한 고양이나, 사람이 버린 비닐봉지로 모가지가 묶여버린 고라니 같은 것들은
왜 지들을 위해 119구조대 공무원들이 설치한 구조장치에
자신의 몸을 돌진하지 아니 하고 그리들 피해 다니는 걸까.
강아지와 고양이와 고라니는 진정 신동엽씨의 애타는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걸까. 여하간 물리적으로 구조가 되어서
수의사 품에 안겨 그렇게도 안녕한 표정을 지을 거면서
왜 그리 피해다녔나 싶다. 행복하게 잘 살아야 한다. 하는 나레이션을 들으며.
사람을 피하는 일이 잦아졌다.
사람 때문에 행복했었는데, 반대급부로 사람 때문에 불행도 했었다.
그러니 이게 구조장치인지 나의 발목을 동강낼 함정인지를
도저히 분간 못할 처지에 놓여 있으니 그냥 사람만나길 피하는 것으로
생각 매듭을 지은 것 같다. 사람으로 태어난지라
늘상 다리저는 것처럼, 주둥이가 괴사 한 것처럼, 모가지가 썩을 것에 묶인 것처럼
살아가는데, 그걸 구원해 줄 매개도 결국 사람이란 걸 안다. 그러나 그 사람이란 게
아픔을 더욱 후벼 팔 괴물이 될 것이라는 것도 안다.
그런데 이제 그냥 그 구조장치일지 발목을 동강 낼 함정일지 모르는 것에
한 번 걸려볼라고.
그건 신동엽씨의 애타는 목소리가 내 안에서 들리기 때문이고,
행복하게 잘 살아야 한다,라는 나레이션을 내가 나에게 해주고 싶기 때문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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