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스트레칭을 아주 오래 할 수 있을 것 같다.
-새벽 5시 13분. 2024년 8월 5일. 충청북도 청주 안덕벌이란 동네의 한 임대빌라에서.
-알몸이 된 나의 하반신 위로 LG그램 노트북이 다소곳하고 점진적으로 가열되는 노트북의 온도가 허벅지로 고스란하다.
-72인치 LG TV에서는 악동뮤지션, 이소라, 김새녘의 음악들이 순차적으로 흐른다. 애인은 베개를 두 개나 깔고선 코도 골지 않으며 숙면에 임하고 있다.
-플로어 플라워란 노래로 유튜브가 음원을 체인지하였다. 앨범 표지가 내 스타일이다.
-내 스타일이란 말, 꽤나 건방진 것 같다. 벌써부터 나의 스타일이란 게 확고할 리 없다. 나는 여직 뭐든 좋아할 수 있는 인간이다.
-어떤 사람이 뭐뭐를 좋아하면, 내 취향은 전혀 아니라는 듯 아, 그래요? 하며 넘길 게 아니라
그 뭐뭐를 좋아하는 이유를 집요히 캐물어 봐야 한다는 사명감이 나에게는 있다.
-영어공부도 다시 시작하고 싶다. 초등영어를 요만큼 발 뗀 것뿐인데 세상이 많이 달라졌다.
-여름이라 그런지 팔뚝이나 복부나 등판 위로 뾰루지인지 땀띠인지 모를 좁쌀만 한 뻘건 게 여기저기서 고개를 내밀려하고 있다.
-검정치마의 음악이 흐른다. 내 취향은 아니다(건방지다).
-2023년 언제 쯤의 나.
학교를 다니기에는 경제적으로 너무나 부담이 되고-F성적 세례로 국가장학금이 부재되었다-
당시 여자친구는 나에게 이별을 고했었다. 인스타에서나 나올 법한 감성적인 에어비앤비 숙소를 예약해
모자란 실력으로 스떼이크를 꾸워주며 겨우 겨우 붙잡았었으나
여자친구의 연락 빈도와 나를 대하는 태도는 도저히 이전의 감정으로 돌아갈 수 없는 인간이 되어버린 것 같았다.
하물며 그 시기에 엄마의 고질병인 술먹고 나서의 지랄병은 극에 달해서
한창 생애 첫 80페이지 되는 장막극을 쓰고 있는 나에게 상당한 고통을 선사하였다.
꾸준히 근무하고 있던 접시고기 죽전점도 사장님의 선택에 따라 폐업해 버리는 탓에
2023년 언제 쯤은, 내 세계의 안정을 담당하던 모든 요소가 한 순간에 사라지던 때였다.
온갖 씁쓸한 소리를 입에 달고 살았던 나는 어떻게든 격동의 변화가 필요했고,
그 시기에 등장해버린 게 지금의 애인이란 사람이다.
무작정 내가 좋다며 같이 살자고 하는, 이 혼자 사는 여자가 그때 내 삶의 희망이었던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내 발 맡에서 베개를 두 개씩이나 쌓아 머리를 맞대 숙면에 임하고 있다.
이번에는 코를 골고 있다. 보면 볼수록, 객관적인 미인이다.
-요즈음의 내 일상은 애인이 장악하고 있다. 사실이다.
애인과 함께 겪는 일은, 애인의 프라이버시도 지켜줘야 하니
함부로 쓸 수가 없다. 작금의 내가 글을 쓰지 않는 이유로 자리매김을 분명 하고 있을 거다.
(방금도 애인과의 동거 갈등에 관한 생각을 써내렸는데 삭제를 감행했다.)
-애인에겐 미안하다만 나는 나를 다시 찾을 필요가 있다.
나 자신을 다시금 자의식과잉의 상태로 이르게 하고 싶다.
-애인이 서운해 할 법한 말을 적어버렸다. 분명 애인도 보는 블로그다.
그러나 이런 파괴 행위가 없으면 변화가 이뤄질 리 없다. 잘했다.
-충청북도 청주라는 지방으로 이사를 와 그리 많진 않은 여러 사람을 만나보며,
그냥 그렇게 그런대로 그냥 그렇게 살고 싶은 사람이 꽤 많구나 하는 걸 느꼈다.
참으로 그냥 그런 새로움이다.
-후미진 지방 도시가 주는 특유의 아늑함과 안정감은 분명히 있는 것 같다.
-나의 배꼽 아래 난 털이 바퀴벌레 떼의 더듬이 같다고 방금 생각했다.
-뇌스트레칭을 수행한 하루와 수행하지 않은 하루의 질은 다른 것이다.
-내일부터란 아주 희망찬 기대로 하루를 버텨낸 나의 한심함을 아주 채찍질해 주고픈 새벽이다.
-나의 생활방식과 양식, 나의 감정, 나의 행동 등 나의 뭐뭐에 해당하는 것들을
몽땅 애인의 꽁무니를 따라가고 있다. 하, 욕 한 번 하자.
씨발. 진짜 한심하기 짝이 없군. 나는 이렇게 나약한 인간이었나.
-나약한 인간인 건 당연한데 나의 나약함을 이리도 고스란히, 것도 적나라하게 노출시키는 인간이었나.
-어떻게 가수 이름이 경허호이인가?
-26살 여름의 나는 에어컨을 빵빵하게 잘도 틀며 살고 있습니다. 겟앰프드라는 PC 오락도 즐기구요. 용민이란 동창을 만나 피씨방에 가 너구리와 냉동만두를 시켜 먹으며 리그오브레전드를 플레이하기도 합니다. 혼자 먹는 술의 빈도는 줄었지만 술자리를 가끔은 즐기구요. 그렇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