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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

김우근의 개소리#1. 태어나 생일을 맞고 장례식이란 마무리, 귀여운 공격성을 기반으로.

귀여운 공격성 (naver.com)

 

귀여운 공격성

귀여운 동물이나 아기 등을 보면 나도 모르게 깨물고 싶은 마음이 든다는 심리학 용어이다. 이는 긍정적인 감정이 증폭되면 뇌가 감정의 평형을 위해 부정적 감정을 유도하는 데서 비롯되는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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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근의 개소리 시리즈는 글을 쓸 때 혹 내가 틀렸을까 하는 생각 강박에 벗어나

남 눈치 보지 않고 오로지 나의 생각을 자유롭게 풀기 위한,

그러니까 죄책감과 눈치를 덜기 위한 핑계 수단으로 붙인 타이틀이다.

 

한 인간이,

 

태어나면

 

그 신생아는 그 누구보다 슬퍼하고 있다. 우렁찬 울음소리가 행복산부인과 건물 2층 전체를 장악하는데

그 울음은 앞으로의 인생이 불행할 거라 예상하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라

행복할지 불행할지, 너무도 불확실해서, 그 불확실한 것이 너무도 고통스러워서

울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태어나는 순간 죽음이란 공포가 삶 내내 옆구리에 붙어 있을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갓 태어난 아가의 순수함만이 느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 신생아의 태어남을 목격하거나 전해 들은 인간들은 신생아의 슬픔에 공감해 주거나

함께해주지 않는다. 그렇게 되면 자신들도 태어났다는 사실이 너무도 우울해지기 때문이다.

해서 엄마 아빠는 과장스럽게도 기뻐하고, 이 억지 기쁨에 동참할 사람들을 소집하려 소식을 돌린다.

지인에게 선물 받은 귀염뽀짝한 삑삑이 아기신발을 받고는

아이를 낳아서 기쁘다고 기쁘다고 계속 생각해 본다. 그리고 그 아이는 나이를 먹고 먹으며

 

생일을 맞는다.

 

이용하고 있는 통신사인 SKT에서 축하한다는 문자를 보내온다.

대기업인 NAVER와 Facebook, instagram에서도 축하한다는 말을 한다.

카카오톡에서는 친지들의 기프티콘이 난사되고

본인도 본인 나름, 생일이라는 기쁜 행사에 걸맞는, 최고의 하루를 보내보고자

파티를 기획하거나 배달의 민족을 켜 평소에 쓰지 않는 과금을 들여 맛난 음식을 섭취한다.

이토록 과장스럽게 기쁨을 만들어내는 이유 역시 사실 생일이란 것도 슬프기 때문이다.

자신의 불확실이 시작된 태어난 날이란 게 月과 日로 기록되고

그것은 매년 도돌이표로 돌아와 자신이 이 불확실한 세상에 태어났다는 진실이

무섭도록 체감되기 때문이다. 해서 억지로라도 입꼬리를 올리지 않으면

우울감에 정신이 버틸 수 없기 때문에 케이크라는 단 음식을 먹으며 도파민을 증진시켜 보는 것이다.

그토록 술을 무리해서 마셔보는 것이다. 그리고 생일을 맞고 맞아

 

장례식이 펼쳐지면

 

그제야 사람들은 운다.

이 세상을 벗어날 수 있음에 진심으로 축하의 눈물을 흘린다.

자신도 언젠가 저런 영정사진이 될 수 있음에 운다.

너무도 기쁘기 때문에 과장스런 슬픔이 연세장례식장 1층을 울린다.

  

-끝-

 

태어나 생일을 맞고 장례식이란 마무리. 귀여운 공격성을 기반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