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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스트레칭

5월 27일

허회경 - 결국 울었어요

 

 

-일터에서 2시간의 휴게시간을 주기에 일터 바로 앞 스타벅스에 벤티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시켜 놓고는 착석해 있다.

매일매일, 이 2시간을 어떻게 활용할까. 점심을 아예 거르고자 한다면 영화 한 편 보기에도 알맞은 시간이다.

아님 봐야 할 책이나 논문을 갤럭시탭에 심어 와 간단히 읽어낼 수도 있겠다.

이렇게 블로그 글을 쓸 수도 있고. 암튼 잘 활용하자.

 

-영화를 관람 해내는 게 제일 뿌듯할 것 같다.

 

-글 쓸까도 생각했지만.

코 앞에 다시 일해야 하는 시간이 다가오는데

대본이란 걸 쓸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된다.

온 에너지를 대본에 집중해도 모자랄 판에.

 

-글은 집에서.

 

-적확한 내 편이 없다는 것.

연애를 늘상 해오다 추락하듯 솔로가 되니 말이다.

애처럼 투덜거릴 곳 하나 없는 것이, 슬프다. 자존심 상하지만, 이건 슬프다.

점심값이 아까워 편의점 김밥이나 사먹을라 치면

구질구질하게 왜 그러냐며 잔소리 해줄 사람이 없다는 거.

혼자서도 잘 살 수 있다고 자존심 부리며 선언하고 싶다만, 이거 꽤 힘들다.

지금 내게 애인이 있다면 재밌는 이야길 많이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고기집 매니저의 한심함이나. 며칠 전 만났던 야구부 애들 얘기나.

며칠 전 봤던 공연의 수준 높은 연기력이나. 친구에게도 털어놓을 수 있겠다만

당장 내 옆의, 내가 사랑한다고 느끼는 사람에게 맘 편히 얘기하고 싶다.

 

-내가 나를 보살펴야 한다는 말을 맘속에 골백번 심어보지만 어딘가 서러움이 쟁쟁인다.

 

-허회경이 너무 좋다.

이 사람의 나무위키도 안 찾아본 주제에 이 사람이 좋다고 또 말해버린다.

겨우 이 사람의 음악을 몇 개 들어봤을 뿐이다.

그렇다면 허회경이 너무 좋다가 아니라, 허회경의 음악이 너무 좋다. 라고 말해야 하겠지.

 

-남자 보컬의 음악은 내가 그 가사를 내뱉듯 감상하는데

여자 보컬의 음악은 누군가가 나에게 불러준다는 듯 감상하게 된다.

해서 남자 보컬의 음악은 발산해서 고맙고 여자 보컬의 음악은 축적해서 고맙다.

 

-한국어로 된 가사의 노래를 들으며 이렇게 글을 쓴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나 역시 한국어로 글을 쓰고 있는데 한국어의 청각 정보가 연신 들어오면 길을 잃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난 한국어 가사의 노래도 들으며 글을 쓰고 싶다.

방법이 있다.

좋아하는 한국어 가사의 노래를 줄창 듣는 것이다. 줄창 듣다보면 한국어 가사가 어느새 인지도 안 될 정도로

내 몸에 체화되어 있다. 한국어 가사의 노래를 거의 피아노 클래식 음악 듣듯 해버릴 수 있는 것이다.

그러면 그런 노래를 들으며 한국어로 글도 쓸 수 있다. 지금 나처럼. 허회경의 결국 울었어요라는 노래의 가사가

지금의 나에게는 전혀 거슬리지 않는다.

 

-딱 두 달만 다 병신 취급한다. 딱 두 달이다. 병신인지 아닌지는 몰라. 헌데 다 병신 취급을 해야 내가 정서적인 두 달을 보낼 수 있을 거 같거든.

백날 천날 뭐라 해보고 화도 내봐라. 간에 기별도 안 가서 빈속 구역질만 나온다.

 

-언젠가 사귀었던 여자친구와는 우리가 헤어지고 나서 서로가 남친 여친이 생기더라도 섹파 관계를 유지하자던 약속도 해냈었는데. 지금은 당연하고 뻔뻔하게도 소식도 모른다.

 

-버스를 반대로 탄 게 아닌가만 걱정이 들어도 심장이 시큰해지는 긴장의 경험을 하게 되는데

이 무수한 걱정은 또 어떻게 견딜까.

 

-이재명의 얼굴이 그려진 탑차 한 대가 유리통창 밖으로 지나가고.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너에게 추천 말 걸 그랬다.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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