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에 놀러가면, 이제 여성들은 윗가슴이 아닌 밑가슴을 깝니다. 10월 중순인데요.
아, 밑가슴이 아니라 아랫가슴이라고 해야 하나요. 10월 중순이라 일교차가 커 추울 텐데, 걱정되더라구요. 어찌됐든, 그걸 언더붑이라고 부르고요. 나는 힙합을 좋아했었는데요, 특히 MC스나이퍼와 아웃사이더를 좋아라 했습니다. 그들의 노랫말은 꼭 시,같았달까요. 암튼 생각의 수준이 나보다는 높았던 거 같습니다. 그런데 이게 뭔가요.
여자의 엉덩이를 쫓고 돈자랑 차자랑하는 가사는 나도 쓸 수 있을 거 같단 말입니다. 허세를 장착해서요. 뭐,
여자 엉덩이를 쫓는 래퍼들을 욕할 생각은 없구요, 누구의 말처럼 그냥 그런 시기가 온 건가 보다 하지요. 그냥 그런 시기가 온 거라고.
그런 시기요.
이 시기의 사회 계급은 인스타그램 팔로우 수로 구분되는 거 같아요. 엉덩이 크기는 계급을 상승시켜 줄 아주 중요한 요소라구요. 감성카페라는 곳은 몽땅 내일이면 허물어질 거 같고, 탤런트이자 가수 김종국 씨는 먹는 것까지가 운동이라고 했는데, 이제는 먹는 것을 넘어서 오운완을 게시하는 것까지 운동의 과정이 된 거 같아요. 거울샷은 아이폰이라는 개간지나는 아이템이 있어야만 찍을 수 있나 봐요. 그래서 나는 거울 앞에서 나의 누런 케이스가 장착된 갤럭시 보급형 스마트폰A51을 감춥니다.
1분의 시대는 위험한 거 같아요. 쇼츠영상을 보고 있자면 시간이 죄다 사라져 있구요. 가로의 영상에서 세로의 영상으로 변화한 것을 금방 적응한 나의 모습도 신기한 거 같아요. 한문철 씨는 전국의 황당한 교통사고를 녹화 중계해주는데, 댓글만 보면 전국민 모두가 모범운전수예요. 나는 왜 한국에서 하루 640건, 사망자가 평균 20여명에 달하는 교통사고가 일어나고 있는지 모르겠다니까요.
어느 주름 깊은 어부는 국어국문학과를 가고 싶었대요. 자세한 사정은 모르겠지만 아픈 상처에 소금을 뿌리지 말라는 거 보니, 안타까운 사연이 있는 거 같은데요. 유튜브를 보다 보니 그 어부 아저씨를 패러디한 라면광고가 뜨대요. 잘나가는 배우가 출연했더라고요. 아주 웃긴 패러디광고영상이었어요. 그래요, 꿈을 미처 이루지 못한 슬픈 눈을 가진 어부의 독백은 아주 웃긴 라면광고로 재생산되었고, 댓글은 크크크크, 잘 웃더라구요.
생수통의 라벨은 이제 없습니다. 분리수거가 용이하기 위해서요. 한 권의 책보다 짤막한 감성글귀의 독자가 더 많습니다. 맞춤법은 개나 줬지만요. 불편함을 감수해서라도 감성의 가치를 챙깁니다. 카카오택시라는 걸 노인들은 몰라서 내내 횡단보도에 서 있구요, 카카오바이크라던가 지쿠터라던가 씽씽이 같은 게 생겨나서 시각장애인의 길은 더욱 좁아졌습니다. 똑같은 말투의 니애미, 같은 말들을 학생들은 쓰더라구요. 로봇시대가 온다면요, 첫 번째로 연예인이라는 직업을 대체해야 할 거 같아요. 아이돌시장에 아주 시급하잖아요. 로봇은 학교폭력을 할 일이 없으니까요. 아주 철저하고 선한 과거를 지나 현재를 살고 있는 인간 군상을 우리는 원하잖아요. 장애인은 지하철에서 바닥을 기구요, 시민들은 출근시간이 늦어 분노합니다. 그걸 놓고 이 사회의초엘리트, 무려 하버드대학교를 졸업한 구여당대표 이준석과 전국장애인연합회 대표가 유튜브에서 토론을 펼쳤더라구요. 댓글은 이준석의 노예들로 넘쳐났지만요.
4차산업혁명을 대비하래요. 메타뻐쓰가 세상을 지배할 거래요. 농업혁명과 산업혁명을 지나 지식혁명이 온다구요. 무슨무슨혁명의 피해자, 또는 사망자가 되지 않기 위해선 독서를 열심히 해야 하겠지요. 혁명과 혁명의 사이에선 삶의 구렁텅이라 부를 수 있는, 지옥으로, 실패자란 낙인을 새겼던 사람들이 수없이 많으니까요.
10월 중순입니다. 일교차가 커요. 옷을 뚜껍게 입어야 할지 비교적 가볍게 입어야 할지 몰라
뚜꺼운 옷을 하나 챙겨요. 참 애매합니다. 불편함도 꽤 있구요. 마치 꽃샘추위처럼,
추움과 더움이 공존하니 옷을 입었다 벗었다 해요. 이 애매한 시기에서요, 나는요.
그러나 나만 피해자인가요. 10월의 일교차는 21세기에만 존재하진 않았을 거예요.
18세기에도요, 1281년도에도요, 기원전에도요,
일교차가 커 불편함을 초래했던 애매한 날들이 있었을 거예요. 그리고
사회계급체제의 피해자들도, 누군가의 진지한 시 한 수 읊는 행위를 희화시키는 것도, 다가오는 무슨무슨혁명에 대비하는 행위자들도,
21세기에만 있었던 건 아닐 겁니다. 그러니 적응하려구요. 언더붑도 언더붑만의 매력이 있겠죠. 그냥 그런 시기가 온 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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