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윈스턴의 피아노곡 Thanksgiving (December)-George Winston
-내가 뭐는 아니지만, 분명히, 그리고 충분히. 뭐도 될 수 있다는, 그런 겸손과 자만의 저울질.
-나의 다 늙어 빠진 카키 컬러의 카고바지는 불과 5년 전, 코로나 시국으로 비상재난금을 얻어 타 수원역의 거시기라는 옷집에서 산 7만 원의 카고바지. 그때의 애인과 같이 허리 감싸 안고 갔더랬지. 스트릿한 핏의 카고바지가 영 안 어울리는 거 같아 민망한 표정을 짓고 있었는데, 당시 애인의 강력추천으로 구매하였던 것이 기억난다. 입고 다니다 보니, 핏으로든 디자인으로든 흡족하게 된 나의 카고바지. 이제는 다 늙어 빠져버린 나의 카고바지.
-일기 비슷한 것을 쓸 때면 하염 없이 전 여자친구의 이야기가 튀어나오는 구질구질함을 범하게 되는데. 이건 박찬욱 감독처럼 어쩔 수가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나의 일기는 어쩔 수도 없이 과거로부터 오고, 과거에는 영락 없이 여자친구와 붙어 다녔고, 그 과거의 총 집합체가 현재의 내가 되었는데, 현재의 내 일기가 그렇다면 그런 거다.
-지금 흘러나오는 음악은. 오늘 박민규의 장편 소설 <삼미슈퍼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을 읽다가 주워냈다. 내가 언급한 저 장편 소설은, 작가 본인도 인정한, 공공연한 표절작이다. 그러나 표절의 범주를 벗어난 박민규의 정신. 정신? 정신이라 하기에는 뭔가 오글거리고, 그렇다고 주제의식이라고 하기에는 또 느끼한데. 여하간에 그가 그 장편 소설에서 보여준 사상. 일단 사상이라고 하자. 그의 사상은 내가 맞아, 맞아, 세상은 이런 거지. 하고 흡족함에 반가움을 얹어 지니기에 충분하였다. 지금 흘러나오는 음악은. 12월 31일 오후 23시 50분 쯤에 틀어놓아도 괜찮을 것이다.
-시장에 가면. 김치도 있고. 미니족발도 있는 게 아니라.
불편함도 있다. 자급자족의 식생활을 위하여 집 앞 못골시장에 종종 방문하는데
구매욕구를 발동시킬 목적으로 반찬거리를 스캔하고 있으면
아저씨나 아줌마, 할머니나 할아버지가 나의 눈을 억지로 맞추며
비닐봉지 하나를 툭 끊어내고는, 그러니까 아직 구매하겠다고 하지도 않았는데
억지 밀어붙이기 식으로 강매를 하려 든다. 나의 얌전한 구매욕구를
머리끄댕이 잡아 당겨 무차별적으로 휘젓는 식이다. 시장 초짜였던 과거의 나는
어떤 민망함과 미안함에 현금을 바쳐댔는데. 이제는 그러지 않는다.
눈도 마주치지 않고. 굳게 다문 입술로. 암행어사 명패 들이밀듯
나의 손바닥 전면을 내세워, 반려견 푸들에게 스읍, 기다려, 하는 식으로의 자세를 취할 수 있다.
-비타민을 챙겨줄 사람이 있다는 게 무작정 좋은 인생은 아니지만
이 정도면 좋은 인생이 아닌가 싶은 의심을 들게 할 힘은 가지고 있고
나에게는 카카오톡 선물하기로 비타민을 선물해줄 사람은 있다는 것이다.
마그네슘 섭취가 부족해 눈 밑 살이 떨리는 수많은 뒷방 시니어들을 상상하며
매일매일 비타민을 꼴딱꼴딱 삼켜내자.
-1할 2푼 5리의 인생을 사는 모든 이들에게.

'뇌스트레칭' 카테고리의 다른 글
| 10월 29일의 뇌스트레칭 (0) | 2025.10.29 |
|---|---|
| 10월 28일 (0) | 2025.10.28 |
| 10월 12일 (0) | 2025.10.12 |
| 10월 9일 (0) | 2025.10.09 |
| 8월 22일, 최종적으로 8월 23일 (7) | 2025.08.23 |